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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삼성전자 ‘8만전자’ 가능할까
반도체 턴어라운드 한목소리…주주환원책도 매력적
과거 실적 대비 주가 높지만 실적·평가 ‘레벨업’ 동의하면 매수
2020-11-17 14:00:00 2020-11-17 14:08:2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삼성전자가 모처럼 불을 뿜고 있다. 외국인은 11월 중 하루를 빼고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일찌감치 상반기 때부터 증권가는 물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내년엔 반도체 업황이 좋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장밋빛 전망 일색인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다. 주식시장이란 데가 워낙에 변덕이 심해 다수의 전망을 거스른 일이 흔히 벌어졌던 탓이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2021년 전망과 ‘7만전자’를 넘어 ‘8만전자’의 가능성을 크게 업황과 실적 전망, 밸류에이션으로 나눠 짚어 봤다. 근거는 충분했으나 과거의 평가를 뛰어넘는 레벨업이 필요해 보였다. 
 
올해 영업익 10조 증가 예상…2년 전보다 못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서프라이즈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8조1463억원이었는데 3분기엔 12조353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3분기 누적으로는 26조9468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7조7685억원이었으니까 세 분기만에 지난 한 해의 실적을 거의 달성한 셈이다. 
 
4분기엔 3분기보다 소폭 감소한 10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영업이익 10.1조원을 예상했고 하나금융투자는 10.6조원으로 추정했다. 서버메모리 수요 약세와 세트사업 경쟁 심화로 인한 판매가격 하락, 환율 하락, 스마트폰 출하 감소 등이 이익 감소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해서 올해 예상하는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37조원 정도다. 증권사별로 전망이 수 천억원 차이가 벌어지는데 37조원에서 3000억원 차이는 ±1% 오차도 되지 않는다.
 
37조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0조원 가까이 증가한 실적이지만 2018년에 기록한 58.8조원, 2017년에 올린 53.6조원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미 신고가를 갱신한 상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내년 이익이 2018년의 빛났던 기록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내년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들의 추정치를 보면, SK증권 46.7조원. 한화투자증권 46.3조원, 메리츠증권 46.1조원, 하나금융투자 44.4조원 수준이다. 이들의 전망치를 참고하는 투자자들은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5조원 안팎이겠구나’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투자자들도 연말연초의 증권사 예상치에는 기대감이 많이 반영돼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전망치에서 일정 수준 할인해 보수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고점을 뚫었다는 것은 단순히 실적에만 의존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내용상 기대감을 키울 수 있는 다른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내년 2분기 반도체 턴어라운드 기대 
 
가장 직접적으로 실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업부문은 메모리 반도체, 즉 D램과 낸드(NAND)다. 
 
D램은 전 세계 공급과잉으로 업체마다 재고가 쌓여 있는 상태가 이어지며 올 한 해 삼성전자의 실적에 부담을 주었다. 이것이 내년 하반기에는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D램을 많이 소비했던 고객사들이 주로 서버를 대규모로 증설하던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들인데, 이들이 보유한 재고는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내년 1분기까지는 대부분 소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증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선도업체들은 이에 대비해 4분기에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고객사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D램 재고 축소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망이 맞다면 D램 업황은 지금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낸드는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다. 후발주자들이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맹추격하는 상황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176단 4D NAND를 양산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더욱 좁혀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중국 시안 공장과 평택 2기 생산라인에서 증설을 계속한다.  
 
하나금융투자는 낸드가 여전히 다자 경쟁구도로 인해 판매가격 반등 시점이 요원하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가격 하향안정화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자동차,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일단 최종 제품인 스마트폰이 많이 팔려야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 올해 스마트폰 산업은 연간 9%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엔 7~10% 성장률이 기대돼 시스템 반도체도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사업 중 가장 좋은 분야는 고객사가 주문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사업부다.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부족하다. 인텔의 CPU,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등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만드는 반도체들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만의 공룡 TSMC와 경쟁하고 있다. 중국의 ASML도 곧 뛰어들 예정이지만 내년까지는 삼성전자, TSMC 두 공룡이 시장을 지배할 전망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또한 내년에는 반도체에 의존도를 스마트폰 사업에서 조금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도 이에 따르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제재는 북미향 5세대(5G) 통신장비 공급에도 호재다. 
 
삼성전자의 거의 모든 사업부문이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매수 추천이 잇따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반도체 섹터의 분위기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는 편이다. 내년엔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와 파운드리 투자가 맞물려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혼자 웃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3년전 약속한 특별환원, 올해 배당금 증가 기대
 
메리츠증권은 업황 개선에 더불어 배당 증액에 주목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보유 순현금이 사상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계획도 기존 방안인 50%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올해 연말 특별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10월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때 약속하기를, 이 3년 동안 현금흐름의 50%를 배당한 후 재원이 남으면 추가로 현금배당을 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때 약속한 기간이 올해로 마감한다. 남은 재원을 배당한다면 올해 12월 주식 보유자에게 나눠줄 확률이 높다. 
 
또한 내년부터 적용되는 삼성전자의 신 주주환원 계획도 고강도 배당정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은 배당 때문에라도 삼성전자 우선주를 더 매력적으로 평가했다. 배당이 증액될 경우 배당수익률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통주와의 주가 괴리율이 10% 미만으로 좁혀진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메리츠증권의 보고서에는 없지만,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이재용 부회장 등 일가가 지분을 보유 중인 삼성 각 계열사들이 배당에 소홀할 가능성은 낮다. 
 
 
PER·PBR·시총비중 다 높지만 레벨업되면 ‘OK’
 
업황도, 사업부문별 실적도, 배당정책까지 긍정 일색이다. 아무리 그래도 실적 추정치에 비하면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셈인데 더 오를 자리가 있을까?
 
일단 과거 밸류에이션과 비교해 보자.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지난 5년 내 고점에 접근하고 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년 실적 전망치를 반영하면 아직 여유가 있지만, 밴드 상단까지 오른다고 해도 추가 상승폭은 크지 않다. 
 
다만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는 PER보다 공간이 커 보인다. 2017년의 PBR 고점에 도달하려면 8만원은 훌쩍 넘어야 할 것 같다.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보면 어떨까? 반도체가 증시를 이끌며 코스피가 최고점을 향해 달렸던 2017년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25%를 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2018년엔 비중이 소폭 감소했다. 그런데 올해 2월에는 이 비중이 27%까지 올랐으며 지금도 25%를 넘는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가 역사적 최고가를 경신할 때마다 주가 추세를 결정한 것은 실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신고가를 갱신한 것도 2022년까지의 실적 레벨업에 따른 추세 상승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현재 이익 예상치가 2017년, 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이익 레벨업에 대한 기대가 더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상 최고가 경신에 따른 매물 소화 과정도 필요하다며 서두르지 말고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원대부터 8만원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목표주가를 마음에 새길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의 업황이 이 예상대로 흘러가는지에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재 주가는 과거 수준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실적 레벨업은 물론 시장의 평가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시장 내 지배력 강화 등과 같은 질적 요소가 반영돼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동의할 수 있는지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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