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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난민 삶, 개미 이동에 빗댄 그림책 '종이 배'
종이배|토우 람 지음|어린이아현 펴냄
2020-11-09 15:25:05 2020-11-09 15:25:0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베트남전쟁 뒤 월남 정부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베트콩'으로 불리던 공산 월맹군 게릴라에게 심한 박해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160만명이 넘는 피난민들이 작은 보트에 목숨을 의지한 채 국외 탈출을 시도했다. 
 
저자 토우 람 역시 두 살 때 여동생을 임신하고 있던 부모와 베트남에서 탈출했던 난민이다. 다른 탈주민들과 함께 작은 고기잡이배에 타고 남중국해를 건너야만 했던 유년기 기억은 그에게 아직도 강렬하다.
 
굶주림과 탈수, 해적의 공격, 각종 질환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배 위에서 목숨을 잃어가던 상황. 그는 나흘 동안 표류하다 가까스로 말레이시아에 내릴 수 있었고 다섯 달가량 수천 명의 피난민들과 망명 난민 보호시설에서 지냈다. 긴 대기줄을 기다린 끝에 결국 가족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에 둥지를 틀 수 있었다. 토우 람은 셰리던 칼리지에 입학,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지난달 국내 출간된 '종이 배'는 토우 람과 가족의 자전적 이야기를 콜라주로 그린 그림책이다. 연약한 종이배에 몸을 실은 작디작은 개미들이 거센 파도와 뜨거운 뙤약볕, 갈매기들의 공격을 이겨내며 마침내 단단한 땅에 발을 내디디는 장면은 그와 그의 가족들의 은유다.
 
작가는 "'캐나다로의 가족 탈출기'를 돌아보면서 개미와 피난민들 사이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개미들은 함께 모여 살던 곳이 공격을 받거나 파괴되면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대이동을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난민들이 전 세계로 흩어지는 것과 놀랍도록 흡사하다"고 책 집필한 과정을 설명한다. 
 
책을 출간한 어린이아현은 "우리나라는 난민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나라 중 하나"라며 "이 그림책을 통해 일상을 지켜가려는 난민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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