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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외교원장 "바이든 '전략적 인내' 회귀 않을 것"
"미 구상에 한국 설득 중요…DJ-클린턴·페리프로세스 재현 기회"
2020-11-09 13:59:36 2020-11-09 13:59:36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전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김 원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주최로 열린 '미국 대선결과 분석 및 한미관계 전망' 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평련 초청 강연에서 ' 미국 대선결과 분석 및 한미관계 전망'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김 원장은 미 신행정부의 북미관계 전망에 대해 한국에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같이 있다고 짚었다. 
 
첫 번째 마이너스 요인은 바로 '전략적 인내 3기' 또는 '오바마 3기'로 불리는 강경책으로의 회귀 가능성이다. 그러나 김 원장은 "미국 민주당 내부에서도 실패한 전략이라고 하는데 다시 가져올 이유가 없다"면서 "그때는 북이 핵무장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략적 방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 시간에도 북이 핵을 증강 중인데 (방치가) 정책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담판 짓는 트럼프 대통령의 '탑다운(하향식·top-down)' 접근과 상반되는 바이든·민주당의 '바텀업(상향식·bottom-up)' 협상방식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김 원장은 "북한이 이전에 같이 실무협상을 한 사람들이 (미국) 민주당 사람들인데 사찰과 신고 등 (세부사항을) 따지다보니 싫어한다"면서 "(민주당 정부가 제기할) 북한인권문제도 약점"이라고 봤다.
 
반면 선거 과정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보여준 '변화'는 플러스 요인이다. 김 원장은 "지난 대선토론 때 (바이든 당선인이) 김정은을 '폭력배'로 지칭했지만 뒷부분이 더 중요하다"면서 '비핵화'가 아니라 '핵 축소 조치'를 정상간 만남의 조건으로 언급한 점을 짚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TV 토론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한 조건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 그가 핵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이라고 답한 바 있다. 김 원장은 "그전과 상당히 달라진 부분"이라며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협상파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를 120% 활용해 (협상을) 끌어낼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북의 핵능력이 고도화 된 상황에서는 단계적 비핵화가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게 핵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 자문 그룹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와 같은 포괄적 비핵화나 '북한 붕괴론'만 주장하는 강경파나, '협상만 중시'해 실질적인 비핵화를 지연하는 협상파도 포함돼 있다. 점진적 핵 폐기를 인정하는 비핵화 전문가 그룹과 최근 종전선언을 지지한 51명의 하원 의원 같은 그룹의 의견이 신 행정부의 대외정책 구상에서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초청 강연이 끝난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간담회에선 신 행정부가 바텀업 접근을 하더라도 보다 효과적인 협상이 되도록 한국이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결정권 있는 사람의 협상과 결정권이 없는 사람의 협상은 다르다"며 "바텀업 협상을 하려면 평양사무소를 설치해 적어도 국무장관이 김정은과 직접 협상해야 효과를 내지 끝까지 바텀업만 하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원장도 "과거엔 바텀업에서 '업'이 안 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업에서만 깨졌다"며 동의했다. 오바마 정부에선 실무협상이 진척을 보지 못해 교착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간 협상 자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종전선언 등 '통큰' 약속을 하고 실무적으로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내용을 적어도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이 해줬어야 했다"면서 양쪽 협상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틈새에 한국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지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역할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오영훈 민주당 의원)도 나왔다. 이에 김 원장은 "오바마 정부 때 미국의 대북강경책에는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미친 영향이 상당하다"며 "(미 대북 구상에서) 우리의 설득력이 생각보다 있고 우리가 주도할 필요도 강력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우리 대미·대북정책이 가장 빛난 시기는 90년대 클린턴-김대중 시기였다"면서 "우리가 가서 미국의 강경책을 설득했고 우리의 공을 미국의 공으로 돌려 '페리 프로세스'도 이끌어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를 재현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페리 프로세스는 1999년 윌리엄 페리 클린턴 정부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통해 내놓은 대북정책 보고서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단계적 관계개선을 담았지만 이듬해 부시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켜지지 못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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