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맥브라이드 부정확…대한의학회 기준으로 장애율 평가해야"
"50여년 전 미국 기준 사용할 이유 없어"…대법원 판단 주목
입력 : 2020-10-25 09:00:00 수정 : 2020-10-27 11:01:5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원과 장애판정 실무에서 맹목적으로 따르던 장애판정 기준인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 적용의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강조한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이후 유사 하급심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 한편,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이종광)는 추간판탈출증 수술 후 후유장애를 입은 이모씨가 장모씨 등 수술의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해 "피고들은 원고에게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총 6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1987년 6월생인 김모씨는 2010년 요통으로 인한 신경성형수술을 받은 뒤 수년간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를 받아 오던 중 2013년 11월 장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다시 증상이 악화돼 2015년 6월 입원해 2차에 걸친 수술을 받았는데, 좌측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발을 끌고 잘 넘어지는 후유증을 얻게 됐다.
 
이씨는 수술 집도의인 장씨와 장씨를 도와 자신을 수술한 김모씨를 상대로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금 1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해 이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24%로 봤다.
 
그러나 이씨의 항소와 장씨의 부대항소로 열린 2심은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해 18%를 인정했다. 2심은 또 1심에서 고려하지 않은 이씨의 기왕증 기여도, 즉 기존의 추간판 탈출증이 후유증 발생에 기여한 정도를 고려해 집도의의 과실로 인한 이씨의 노동능력 상실률을 9%만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이씨가 인정받은 손해배상금은 줄었다.
 
법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장애를 평가하는 방법은 장애등급표를 이용하거나 구체적 장애율을 산출하는 두가지 방식이다. 장애등급표는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가 대표적이고 장애율 산출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이용하고 있다.
 
 
출처/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미국 오클라호마 의과대학 정형외과의 맥브라이드 교수가 저술한 '보상성 상해에 대한 장해평가 및 치료원칙(Disability Evaluation and Principles of Treatment of Compensable Injuries)'에 나오는 장애판정 기준표를 말한다. 이 저서는 1936년 초판 발행 이후 1963년 6번째 개정판을 끝으로 절판됐다. 
 
그러나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50여년 전 만들어져 현재의 의료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맥브라이드 교수의 전공인 정형외과 부분 외에는 기준이 추상적인 점, 1960년대 미국의 사회환경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어서 대부분 육체노동분야에 한정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번역 과정에서 오역 등 오류가 많고 원본을 입수하기 어려운 점, 영구적 장애와 일시적 장애를 구별하지 않고 있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노동력상실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우리 법원과 장애판정 실무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이에 비해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은 대한의학회가 가장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학협회 기준을 기본모형으로 삼아 2011년 9월 '맥브라이드 평가표'의 장점을 취합하고 단점을 보완해 장애율과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하는 방식을 정립한 기준이다. 다만, 초판의 '근골격계' 항목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해 이용되지 못하다가 2016년 '근골격계' 항목에 대한 오류 수정과 함께 '뇌신경계' 항목을 추가해 최종판이 발간됐다.
 
재판부는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마련된 지금 낡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아무런 필요도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배상기관에서 배상액수를 정하기 위한 행정 편의적 기준인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나 순수한 의학적 장애율 평가기준에 불과한 미국의학협회 기준이 대안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은 맥브라이드 평가표의 장애율 산정에 관한 불균형과 누락을 시정하고, 현실적인 우리나라 직업분포에 맞는 노동능력상실지수를 설정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임이 분명하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이를 통일적인 기준으로 삼아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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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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