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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조국의 용병들
2020-10-15 06:00:00 2020-10-15 06:00:00
최민희, 전우용, 고일석, 김민웅과 진중권, 권경애, 김경율, 강양구, 서민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가. 
 
최민희 등은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 조국 사태로 본 검찰과 언론>이라는 정식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조국백서로 알려진 책의 저자들이고, 진중권 등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정식 제목에도 불구하고 조국흑서로 알려져 있는 책의 저자들이다. 
 
두 권의 책이 출판된지 꽤 되었지만, 조국백서의 필진 중 한 사람인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내용의 ‘조국백서’ 필진으로 참여한 뒤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고 말하면서 또 다시 흑서와 백서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친여권 성향의 역사학자로서, 조국 백서 집필 이후 살림이 나아진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에 대해 오히려, 조국 백서 출간 직후 “8년간 매달 썼던 경향신문 칼럼, 5년간 매주 썼던 한겨레 칼럼, 5년간 매주 출연했던 YTN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 당했다. 조국백서는 7월에 출간되었고, 그 직전인 2020년 5월에 객원교수로 일했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해임됐다"고 설명했다. 꽃 길은 커녕 고난의 십자가를 매달게 되었다는 거다.
 
조국 흑서를 집필한 강양구 기자 역시 전우용 교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난하는 내용의 조국 흑서 집필에 참여한 직후 tbs 방송국에 경력 기자로 입사했는데, 그가 등장하는 프로그램 마다 마다 시청자들의 '퇴진'요구가 빗발치고 온라인을 통한 개인적 공격으로 상당히 힘들어한다는 후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대한민국에서 상징되고 소모되는 방식은 참으로 여러 가지이다. 때로는 '검찰개혁'의 선두주자로 크나큰 희생을 치룬 순교자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때로는 '내로남불'과 '위선'의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를 평가하는 이중 잣대가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고 있고, 그를 둘러싼 이러한 이중적 평가가 이제는 그닥 이상하지도 않을 정도다. 참으로 특이한 존재인 것만은 틀림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 초 엘리트 코스를 밟고 황태자 대학교수로 행복한 비단길만 걸어왔던 그였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법무부 장관이 된다고 하는 순간부터 그에게는 끊임없는 시련과 혹독한 검증이 휘몰아쳤고, 그를 둘러싼 아젠다가 국민을 강제로 두 패로 나눠버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문제는, 조국 전 장관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들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용병들과 그 반대편에서 그의 위선적 민낯을 까발리겠다는 용병들의 대리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이들 용병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역시 같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흑서가 옳은지, 백서가 옳은지 당장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각자 옹호하는 진영 논리와 프레임 전쟁에 따라 해당 용병들을 찔러대고 공격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방송국마다 마다 전화를 걸고, 언론사 마다 마다 투서를 던진다. 그가 다니는 직장 앞에 진을 치고 앉아서 ‘하차시켜야 한다.’고 목 놓아 외치며 분을 참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용병 대리전과 그에 대한 후진적 공격은 그만두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전우용 교수는 자신이 8년 동안 써왔던 경향신문 칼럼이나 5년 동안 출연해왔던 YTN에서 출연을 정지당했다고 한다. 경향신문이나 YTN은 그나마 그렇게까지 보수적이거나 극우적 성향을 드러내는 매체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조국백서 중 한 파트를 맡아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경향신문과 YTN에 몰려가 전 교수의 출연을 중지시키고 칼럼을 못 쓰게 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일까. 비단 전교수 뿐 아니라, 조국 흑서를 썼던 강양구 TBS 기자 역시, 그가 출연하는 방송국 프로그램 마다 마다 댓글로 욕이 달리고 퇴출 압력이 거세다. 
 
소위 언론 출판의 자유를 어느 정도나 인정하느냐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는가를 가늠하게 해주는 척도가 된다. 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내 생각과 다른 주장이 펼쳐지더라도 일단은 그 주장을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이는,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므로 감내 못할 바가 뭐냐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표현 방식이 그가 속한 단체를 공격하고 그가 호구지책으로 삼는 일을 못하게 하면서 집단의 이름으로 린치를 가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21세기 민주주의 시민라면 말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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