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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부, 무책임한 LCC 허가 책임져야
2020-10-15 06:00:00 2020-10-15 09:32:17
항공사 인력 구조조정이 결국 현실화했다. 이스타항공 직원 605명은 이달 14일부로 정리해고를 당했다.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접은 후 임금체불이 계속된 지 7개월 만이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 이후 전원 재고용한다는 방침이지만, 항공업 회복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만큼 일부 직원들은 국회 앞 농성을 이어가는 등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대량해고는 단순히 보면 코로나19 발 항공수요 침체와 인수·합병(M&A) 무산 때문이지만, 깊게 보면 코로나19 이전부터 예고된 수순이다. 일본 불매 운동과 홍콩 시위 등으로 국제노선이 얼어붙으며 전체적인 파이는 자꾸 줄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의 만성 적자를 유발한 '출혈 경쟁'은 이미 이전부터 이어졌다는 말이다.
 
파이가 계속 작아진 배경에는 정부의 무리한 항공 정책이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3개 업체의 신규 운행을 허가하며 한국을 '세계 최다 항공사 보유국'으로 만들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저비용항공사(LCC)만 9곳이 됐다. 이는 한국 인구의 6배가 많은 미국이 보유 중인 LCC 수와 같으며, 인구는 물론 여행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보다도 3개 업체가 많은 수준이다. 불확실한 외부 환경 속에서 정부가 항공업계를 치킨 게임으로 몰아붙인 셈이다.
 
운항 허가는 내줬지만, 영업 개시에 필요한 운항 증명(AOC) 발급은 늦어지는 바람에 발만 구르고 있는 신생 LCC까지 나오고 있다. 에어로케이의 AOC 발급은 10개월째 답보 상태다. 지난 7월 초 AOC 발급 조건인 50시간 이상의 시험비행도 마쳤지만 국토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 도입이 지연되면서 AOC 발급이 미뤄진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제작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 LCC는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발급받은 지 1년7개월 만에 날개 한번 못 펴고 위기를 맞았다. 에어프레미아는 취항 시작도 전에 이달부터 일부 직원 무급 휴직을 시행했다. 플라이강원 역시 직원의 60%가량이 무급휴직으로 전환했으며, 운항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양적 팽창 위주의 항공정책을 지금이라도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 운행 허가를 내준 신생 LCC들에 대한 책임감을 안고 절차에 맞춰 AOC 발급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지속하는 출혈 경쟁과 치킨게임에 사라지게 되는 것은 운항 허가증은 물론 직원들의 생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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