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금지했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관련 논의가 뜨겁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경제력에 따라 형사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와 “변호사 보수 체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대법정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사진=뉴시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형사에서 불기소, 무죄, 집행유예 등 재판 결과에 따라 변호사에게 별도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계약입니다. 과거에는 민사와 마찬가지로 허용됐지만,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를 금지했습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지난 1월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 최성수)는 “모든 형사 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곧바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 및 윤리성에 반한다거나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공성이나 윤리성 침해 여부는 해당 약정이 변호사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도록 유인하는지, 또는 형사사법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실질적으로 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한 법무법인이 의뢰인과 ‘무죄 확정 시 3000만원 지급’ 조건으로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의뢰인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지만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자, 변호사 측에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2015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보고 변호사 측 패소로 판단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은 겁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습니다. 만약 대법원이 이번 2심 판단을 유지하면, ‘성공보수가 정당한 대가’라는 새로운 판례가 세워지게 됩니다.
이에 법조계에서도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오히려 착수금이 상승해, 국민의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형사사건은 특히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높은 착수금 때문에 선임을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착수금을 낮추고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 오히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신중론을 폈습니다. 그는 “형사사건에 성공보수를 허용할 경우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며 “형사사건 결과가 경제력에 좌우된다는 인식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이미 형사사건 착수금이 높은 수준으로 책정된 상황에서, 여기에 성공보수까지 허용될 경우 의뢰인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에서 말하는 ‘성공’은 구속 여부나 유·무죄 판단처럼 사건 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성공보수가 허용될 경우 ‘돈을 많이 쓰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고, 이는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