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박현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국민의힘 공천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현역 국회의원 두 명의 증언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치한 데다, 이들 중 한 명은 면책특권이 부여된 자리에서 이를 밝힐 의사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김 여사는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 중진이었던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청한 A 의원은 "김 여사가 김 전 의원과 텔레그램을 주고받았다"며 "텔레그램에 따르면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김해로 이동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에 따른 지원 방안 등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A 의원은 그러면서 김 여사가 '대통령과 맞춤형 지역 공약을 마련하겠다' 등의 제안을 건넸다고 부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 당시 전국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지역별 지원 정책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A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 "컷오프 되며 공천에서 배제된 김 전 의원이 분개했고, 해당 텔레그램을 김 전 의원이 내게 직접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례대표로 15대 국회에 입성한 김영선 전 의원은 2022년 6월에 치러진 보궐선거(경남 창원의창)를 통해 5선 고지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는 험지 출마를 명분으로 지역구였던 창원을 떠나 경남 김해갑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국회를 떠났습니다. 이에 대해 A 의원은 "결과적으로 김 여사가 약속을 안 지키거나 못 지킨 것"이라며 "화가 난 김 전 의원이 탈당까지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B 의원의 주장 역시 A 의원 증언과 일치합니다. B 의원은 "2월 말 경 지방 모처에서 M씨와 만났다. 그 자리에서 M씨가 캡처된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들을 내게 건넸다"면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이 주고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M씨는 창원을 기반으로 경남은 물론 중앙에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 박완수 경남지사,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등과도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씨는 당시 김영선 의원을 돕고 있었으며, 이는 복수의 김 전 의원 참모진을 통해 확인이 됐습니다.
A 의원과 B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이 아직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데 대해 "김 전 의원이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꺼리고 있다"면서 당사자인 김 전 의원의 양해와 용기 없이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난처함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A 의원은 "면책특권이 있는 자리에서 밝히는 것은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공개 증언을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본지는 추가 확인을 위해 김 여사와 대통령실에 해당 질문과 함께 반론을 요청했으나 아직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김 전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중진인 나와 조해진 의원이 험지인 김해로 갔던 것"이라며 "내가 '낙동강벨트 전선에 가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제안했다"고 지역구 이동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또 "김 여사가 경남 현지 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김 여사와 텔레그램을 주고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M씨 역시 격앙된 목소리로 "(김 전 의원을) 도와준 것은 문제가 아니다"면서 "딱 잘라 말해 헛소문이다. 총선 관련된 내용은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김 전 의원의 참모였던 C씨는 "터질 게 터졌다"며 긴 한숨을 지었습니다. M씨의 이름이 거론되자 그는 "다른 의원들도 얽혀있다"면서 "못 볼 것을 너무 많이 봤다. 다 잊고 살고 싶다. 심경이 복잡하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인 D씨는 "지난 총선 때 김 여사가 어떻게 했는지 다 알고 있다"면서도 "걸려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은 (전말을 공개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D씨는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들도 모두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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