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파주 향토문화유산 '감악산비'에서 미발견 문자 '典' 드러나
박홍국 교수 "자리 잡은 풀이 햇빛과 빗물을 막아준 결과"
2022-12-08 20:15:42 2022-12-08 20:15:42
(사진=박홍국 위덕대 교수 제공) 감악산 비 근경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경기도 파주시가 몰자비(沒字碑·원래는 글자가 있었으나 모두 마멸된 비석)로 알려진 향토문화유산 제8호 '감악산비'를 정밀 감식하는 과정에서 전(典)자로 판독되는 글자를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를 진행한 박홍국 위덕대 연구교수와 김선덕 (주)서진문화유산 대표는 최근까지 몰자비로 알려져 있던 감악산비의 남쪽 비면 하단에서 ‘전(典)’자로 판독되는 한 글자를 발견했다.
 
(사진=박홍국 위덕대 교수 제공) ‘典’자 부분
 
발견된 글자는 예서체에 가까운 것으로 포항 중성리 비(441년 또는 501년)의 '전서사(典書寫)', 포항 냉수리 비의 '전사인(典事人)', 창녕 진흥왕 척경비(561년)의 '△전(△典)', 황초령 진흥왕순수비(568년)의'
△전(△典)', 마운령 진흥왕 순수비(568년)의 '나부통전(奈夫通典)'과 '급벌참전(及伐斬典)' 등의 예가 있다.
 
박 교수는 "전(典)이 발견된 곳은 비석과 비좌(받침돌)사이 틈에 흙이 쌓인 뒤 자리 잡은 풀이 일부라도 햇빛과 빗물이 튀어 오르는 것을 막아준 결과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비석 하부는 비좌(받침돌)에서 튀어 오르는 빗물로 인해 풍화 속도가 빨라 판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삼국시대 비석 중 북한산 진흥왕순수비, 황초령 진흥왕순수비, 마운령 진흥왕순수비와 감악산비 등 4기만 모두 비갓(개석), 4면이 가공된 비신, 비좌를 갖추고 있다"며 "감악산 비도 진흥왕의순수비와 같은 형태로, 그 크기와 형태로 보아 황초령·마운령비보다는 북한산순수비와 가까워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의 경우 비교적 입자가 작은 세립질 화강암인 데 비해 감악산 비는 석영, 장석, 흑운모의 입자가 커서 표면 전체가 약 6mm 이상 풍화작용에 의해 박락됐을 정도로 더욱 취약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비좌(받침돌)는 비석 주변의 석재를 사용했지만, 비석 본체를 어디에서 채석했는지 향후 암석학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주시 적성면 감악산 정상에 위치한 감악산비는 비면이 마모되어 글자를 거의 확인할 수 없는 몰자비인 탓에 이 비를 누가, 언제, 왜 세운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상태다.
 
감악산비는 높이 160.6cm, 너비 76.9cm(상단부), 71.9cm(하단부), 두께 21.6cm로 위쪽이 5cm 넓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풍화작용을 심하게 받은 것으로 보이는 서쪽 측면 하부는 20cm가 채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