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CEO동향)주택 전문가 두산건설 김진호…주택 사업 실적 '급락'
당기순손실 1780억원, 수주잔고 감소…부실자산 뗐지만 매각 난항
2020-09-27 06:00:00 2020-09-27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리더 자리에 새로 오른 이는 어깨가 무겁기 마련이다. 조직을 전보다 개선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해서다. 특히 조직이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부담감은 더하다. 두산건설의 김진호 대표이사 사장은 이 같은 환경에서 회사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 사장이 주택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두산건설을 위기로 빠트린 주택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 사장은 지난 2월 두산건설의 대표에 올랐다. 1985년 2월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1996년 두산건설에 입사했다. 이후 김 사장은 주택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2006년 주택 분양 담당 상무로 임원직을 시작해 2014년에는 도시정비사업 분양담당 전무로 승진했다. 2016년에는 건축사업을 담당하는 건축BG장 부사장이 됐다. 이처럼 김 사장은 임원 경력을 주로 주택·건축 분야에서 쌓았기에 두산건설을 위태롭게 만든 건축분야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회사 실적은 여전히 개선이 요원해 보인다. 올해 상반기 회사 매출은 별도기준으로 838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영업이익은 252억원에서 51억원으로 약 80% 하락했다. 건축사업본부에서 영업손실을 160억원 냈다. 건축사업본부는 상반기 회사 매출의 76%를 차지한 핵심 분야다. 회사 전체의 당기순손실도 1783억원이다. 연간 실적을 지켜봐야겠지만, 김 사장의 중간평가 성적표는 좋지 않다.
 
회사 매각을 위해 부실자산을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단행했음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두산건설의 매각 작업을 추진했지만, 인수자를 찾기 어려웠다.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은 탓이었다. 이에 두산건설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밸류그로스’를 세우고 부실자산을 넘겼다. 그러나 매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고, 실적도 회복이 더디다.
 
실적 전망이 밝은 상황도 아니다. 회사의 미래 매출을 결정 짓는 수주잔고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상반기말 두산건설의 수주잔고는 6조7521억원이다. 2018년에는 7조704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엔 7조6145억원으로 떨어졌다.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곳간을 넉넉히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건설업은 이미 불황인데,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민간 건설 투자의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두산건설이 아파트 브랜드 ‘위브’를 보유하고 있지만주택 일감 싸움이 치열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도 불붙고 있다. 정비사업을 휩쓰는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잔고를 채우기 위해 중소규모 사업에도 뛰어드는 판이다. 두산건설이 주택에서 수주 성과를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탓에 향후 매각 작업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 인수에 나선 바 있지만, 인수 가격에서 두산그룹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그룹은 원매자 찾기에 나섰지만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나타내는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업계도 두산건설을 인수할 만한 이점이 적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재무 안정화가 어려워 보이는 상황인데 위브 브랜드가 이를 상쇄할만큼 영향력 있지는 않다”라며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안정화가 급한 상황에서 김 사장이 기대해볼 부분은 정부 발주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집행 등 건설 경기 부양에 전보다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실제 건설사들은 “예전보다 토목 일감이 늘었고, 입찰을 준비하는 사업도 있다”라며 SOC사업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두산건설도 토목 사업의 안정적 성장을 예상 중이다. 토목 분야는 수익성이 좋지는 않으나, 토목 일감이라도 채워 수주곳간을 쌓는다면 실적 개선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두산건설 본사. 이미지/두산건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