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미국산 부품 채용의 원천 차단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는 고성능 반도체 조달 차질로 인한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한 건물에서 촬영된 화웨이 로고. 사진/뉴시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성명을 내고 전 세계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규제를 피해 미국의 기술을 우회적으로 사용해 반도체 칩을 개발하거나 확보하지 못하도록 기존의 제재에서 빈틈을 없앤다는 차원이다.
화웨이가 지난해 5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제재 대상에 추가된 계열사는 모두 152개로 늘어났다. 제재 대상에는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등 21개국에 있는 계열사가 포함됐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화웨이와 계열사들은 3자를 통해 미국의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을 훼손했다"며 "우리의 다면적 조치는 화웨이가 그렇게 하는 것을 지속해서 막으려는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화웨이의 고성능 반도체 칩 조달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앞선 지난 5월 미국은 자국 장비를 사용하는 비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에 대해 화웨이의 반도체 칩을 만들 경우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독자적인 반도체 칩 '기린' 시리즈의 생산을 결국 포기했다. 미국산 장비의 비중이 높은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삼성전자가 모두 미국의 기조에 따라 화웨이의 요청을 거절하면서다.
화웨이는 반도체 자립 대신 세계 최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업체인 퀄컴의 칩을 직접 채용하는 방안으로 '플랜B'를 가동할 참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이같은 경로마저 막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최근 퀄컴 측에서도 화웨이에 모바일 AP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제제를 완화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하는 움직임이 관측된 바 있다.
이제 화웨이에게 남은 선택지가 자국 내 생산으로 좁혀지면서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 리처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도 다음달 출시할 '메이트40'이 기린 칩셋을 탑재할 마지막 폰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칩을 생산할 방법이 없다"면서 "현재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기린 같은 고성능 칩을 대량생산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승승장구하던 화웨이 스마트폰 실적에도 직격타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가 있긴 하지만 화웨이는 상반기 중 글로벌 출하량 1위에 오르는 등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내왔다"면서 "하반기부터는 코로나 효과가 줄어드는데다 고성능 칩을 채용할 길이 막히면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화웨이가 추가적인 우회로를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지난 1년 동안에도 화웨이 매출이 지속 증가한 것을 보면 기업들이 우회로를 어떻게든 찾아낼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화웨이가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는 만큼 반대로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 역시 타격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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