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기업 위기의 시대다. 코로나19가 깔아놓은 판이다.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기업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수요는 먹거리와 일맥상통한다. 수요가 존재해야 일감을 쌓을 수 있다. 수주산업은 경기와 수요의 변동에 특히 민감하다. 먹거리를 오롯이 수요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이다. 그간 쌓아놓은 일감으로 오늘을 버틸 순 있지만 먹거리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내일의 생존은 보장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생존 위기감 속에서 괄목할만한 수주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사는 돋보이기 마련이다. 확보한 일감이 수익성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건설업계에선 주로 정비사업이 이에 해당된다. 안정적인 매출 창구이면서, 남는 마진도 상당하다.
21일 현재 기준으로 올해 정비사업 수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하석주 대표이사가 지휘하는 롯데건설이다. 하 대표는 현재까지 1조5587억원 규모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올렸다. 지난 한 해 정비사업 실적 1조2038억원보다 29%가 넘는 금액을 올해 상반기 중에 확보했다. 이는 주요 건설사 사이에서도 가장 많은 액수다. 이날까지 현대건설은 1조5395억원을, 삼성물산은 1조487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1조23억원을 따놓은 상태다.
하 대표가 올해 정비사업에서 두각을 보이는 이유는 갈현1구역 수주가 크다.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32개동 4116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 규모만 9200억원에 달해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시공사 선정이 2회 유찰되면서, 롯데건설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했다.
안정적인 주택 도급 사업에서 수주곳간을 쌓은 덕에 하 대표는 회사의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주택 사업은 플랜트나 토목에 비해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주택 매출 규모가 커지면 회사의 영업이익률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해 연결기준 롯데건설의 매출액은 5조3148억원, 영업이익은 305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7%를 기록했다.
다만 하 대표가 연초에 의지를 내비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하 대표는 신년사에서 국내 주택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로 개선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택 외에 플랜트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인력도 대거 보강한 상황이다. 2018년에는 플랜트 직원이 총 424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02명으로 늘었고 올해 1분기에도 649명으로 확대했다. 그간 롯데건설이 플랜트 분야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발주 물량이다. 플랜트와 같은 민간 투자, 그리고 해외 발주는 코로나19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세계 경제 둔화 우려에 따라 투자 위축 전망이 짙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롯데건설의 매출 다변화 목표를 진전시키는 게 하 대표의 과제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롯데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 사진/롯데건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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