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반도체·스마트폰 사장단과 연이어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은 핵심 사업인 두 부문을 둘러싼 최근 대내외 경기 불안 요인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반도체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진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시황과 투자 계획, 파운드리 전략을 논의한 데 이어 스마트폰 담당 IT·모바일(IM) 부문 경영진과 상반기 실적,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 내년도 플래그십 라인업 운영 전략에 대해 점검했다. 지난달 중국 시안 반도체 현장 방문과 같이 특정 부문을 선택해 점검에 나섰던 것과 달리 같은 날 두 부문을 몰아서 살펴보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하루에 연이어 두 부문을 살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현재 삼성이 느끼는 반도체와 세트 부문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이날 두 부문 동시 현황 파악에 매진한 이유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사실상 현 삼성을 이끌어가는 최대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기준 삼성전자 매출 가운데 IM 부문 비율이 42%로 가장 높았고 반도체 부문이 25%로 뒤를 이었다. 소비자가전(CE)과 디스플레이 부문은 각각 17%와 12%에 그쳤다.
단순히 삼성을 이끌어간다는 차원을 떠나서 최근 두 부문의 흘러가는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이 이날 이 부회장의 '시간차 점검'을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반도체 사업의 경우 올해 1분기 예상보다 선전했으나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갈등 문제가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올해 초 불거진 코로나19 여파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시안 방문 당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이 부회장의 주문은 이러한 최근 위기감을 여실히 설명하고 있다.
2박 3일 간의 중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지난달 19일 오후 정부가 지정한 경기 김포시의 임시생활시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일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사법리스크'를 다소 덜어낸 것도 이번 전략회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간을 번 만큼 최대 현안을 살피며 경영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IM 사업의 경우 올해 야심차게 내놨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가 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기대에 못 미치며 위기를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전작 판매량과 비교해 60~70%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체 사업 부문 가운데 가장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부진 장기화는 곧 전체 매출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번 이 부회장의 행보는 최근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의 전체 점검을 통해 앞으로의 반전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최근 일본이 추가 보복을 시사한 만큼 첫 한일 갈등 당시에는 괜찮았던 장비 부문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세트 부문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분기 대대적으로 판매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점검은 이를 두루 살피려는 행보"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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