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김지영 기자] 국내 재계 빅2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수장의 만남으로 미래차 육성 협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해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차에 필요한 ICT 기술을 보유한 삼성과 미래 모빌리티 선도업체로 도약하려는 현대차가 힘을 합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차 리더십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기술 현황을 공유하고 방향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현대차 EV 콘셉트카 45.사진/현대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나 업무협약(MOU)은 체결하지 않았지만 두 그룹의 수장과 주요 경영진이 함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는 점에서 협력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총 23종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출시하고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1월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된 전기차도 생산할 계획이다. 지금은 내연기관 모델에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울산 1공장 2라인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변경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현대·기아차가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게 필요하다.
현대차는 LG화학 배터리,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주로 사용 중이다. 전용 플랫폼으로 생산할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는 1차로 SK이노베이션이 선정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은 5년간 약 50만대 분량을 공급하는 데 금액으로는 10조원가량이다. 삼성SDI 배터리는 거의 쓰지 않는다.
현대차는 순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앞으로 3차례 추가 발주할 계획인데 이 중 한번은 삼성SDI 몫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삼성SDI와 BMW의 사례도 삼성-현대차 배터리 동맹 가능성을 키우는 근거다. 삼성SDI는 BMW와 관계가 깊은데 이 부회장이 2012년 독일을 찾아 직접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4조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삼성SDI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공급할 '젠5'는 1회 충전 시 600km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 모델3의 주행거리 350~450km보다 25% 이상 긴 거리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살펴본 전고체 전지는 1회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와 삼성의 협력은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두 회사는 사업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는데 이번 만남은 이런 관계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서로가 고유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신뢰만 만들어진다면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미래차와 관련한 전방위적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현대차가 힘을 모은다면 미래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래 자동차 산업은 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가 축인 데 전동화와 관련된 배터리 외에도 카메라와 센서, 인공지능 기술을 비롯해 연결과 자율주행 등과 관련 협업할 분야가 많고 특히 삼성은 반도체에 강점이 있다"며 "삼성의 ICT 기술과 결합한다면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 실행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양측의 협업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반도체 칩을 위탁 생산 중이고 아우디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위한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CES 2020에서는 5G 기반의 디지털 콕핏을 선보였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