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학계 "이재용 선언, 의미있는 변화…실천이 중요"
"해외에서도 주시할 만한 대목"
전문경영인 체제 가능성 높아…시각은 제각각
2020-05-07 15:26:54 2020-05-07 15:27:35
[뉴스토마토 김광연·권안나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의 고리를 끊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격 선언에 재계에서는 선진화된 기업문화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다만 진정성 있는 실천과 그 방식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의혹, 무노조경영 방침 등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자식에 대한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경영의 종식을 선언하고, 시민사회와의 소통강화,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 보장 등에 대해 약속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선언에 대해 '쇄신'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변화"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경영활동에 집중해야 하는데 경영권 승계와 노조 , 파기환송심 등 다른 문제가 계속 이슈화하다 보니 거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재계 차원에서 앞으로 더 투명하게 경영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도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에서 자녀에 대한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상당히 진일보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주시할 만한 대목"이라고 평했다.  
 
오너 승계를 포기한 삼성이 향후 어떤 경영 방식을 택할지에 대해서도 최대 관심사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초점을 맞춰 온 '인재경영'에 한층 힘을 쏟을 것을 강조하며 이 같은 가능성을 높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성별,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지니고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경영권을 오너가 자녀가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주는 방식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추구하는 세계적인 추세로, 기업가치 재고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대기업 오너 가운데 남승우 전 풀무원 총괄 최고경영자, 서정진 전 셀트리온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 바 있다. 
 
다만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점은 향후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풀어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업 오너의 자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존속여부 가능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전문경영인들이 맡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이라고 본다"며 "다만 전문경영인들의 시야가 단기적인 성과나 주주 이익 극대화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오너 체제에서 가능했던 역동성, 중장기적인 실험 정신 등을 가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선언에 대해 진정성있는 실천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영권 승계와 노동조합과 같은 문제들의 출발점에 섰다는 측면에서 (삼성의 사과가) 의미가 있다"면서도 "(기업문화 재정립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삼성이 먼저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문경영인 체제로만 간다고 모든 문제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지배구조 등을 잘 갖추고, 제대로 된 실천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연·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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