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선물 ETF·ETN, 투자기간 길어질수록 롤오버 비용 부담 확대
2020-04-22 06:00:00 2020-04-22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투자자들이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원유선물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을 매수하는 것이다.
 
국내외 증시에 수많은 운용사들이 내놓은 다양한 유가 파생상품이 있지만, 서부텍사스산원유선물(WTI)을 추종하느냐 브렌트유를 따르느냐, 순방향이냐 역방향이냐, 1배짜리냐 2~3배 레버리지를 쓰느냐, 근월물을 추종하는지 가장 저렴한 월물을 선택하는지 정도만 다를 뿐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이들은 모두 현물이 아닌 선물가격을 추종한다. 따라서 해당 ETF 등이 보유하고 있는 선물이 만기가 돌아오면 보유한 월물을 팔고 다음 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roll-over)를 해야 한다. 문제는 두 월물 가격에 차이가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롤오버 과정에서 수익 또는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보유 중인 월물보다 갈아탈 월물의 시세가 더 비싼 경우, 즉 콘탱고 상황에서는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20달러를 주고 4월물 5개 총 100달러어치를 갖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을 현재 25달러인 5월물로 갈아탄다면 25달러 4개를 갖게 되는 것이다. 평가액은 똑같이 100달러다. 
 
이때 발생하는 비용이 둘의 차액 5달러인 것은 아니다. 실제 ETF를 굴리는 운용사는 매달 20일에 돌아오는 선물만기를 앞두고 5거래일에 걸쳐 보유자산의 20%씩 월물을 옮긴다. 첫날엔 4월물 80%에 5월물 20%, 둘째날엔 4월물 60%, 5월물 40%, 이런 식으로 마지막날 100% 5월물로 채운다. 이 5거래일 사이에 두 월물의 시세가 움직이면 어느 한 월물을 100% 들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익이나 손실이 나는 것이다. 갈아타는 월물의 가격이 더 높을 때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을 월별로 보면 큰 금액은 아니다.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올해 WTI 선물 롤오버 시 발생한 손익은 1월에 0.29%, 2월 0.01%, 3월 –0.25%에 그쳤다. 1월, 2월엔 이익이었다. 다만 연간으로는 2015년에 –14.90%, 2016년 –37.35%, 2017년 –9.36%, 2018년 2.79%, 2019년 –3.17%를 기록했다. 참고로 2014년, 2015년엔 유가(WTI)가 급락했고 2016년에는 반등하던 시기였다. 
 
올해도 월물별로 가격차가 커 롤오버 비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투자라면 몇 달치 비용 정도는 감수할 수 있겠지만, 쌓일수록 부담이 커지는 만큼 6개월 이상 투자하겠다면 선물가격 추종 상품 대신 정유나 석유화학 등 관련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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