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해외 연기금, 정기주총 안건 반대 잇따라
'이사회 독립성 부족' 반대표 다수…"감사 전 재무제표, 믿을 수 없어"
2020-03-12 16:38:19 2020-03-12 16:38:19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상장사들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해외 연기금들이 이사회의 독립성, 감사위원회의 책임 등을 사유로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1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운영하는 의결권정보광장(VIP)에 따르면 해외 연기금들은 총 64개 기업의 정기주총 안건에 최소 1개 이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반대의사를 밝힌 해외 연기금은 'SBAFlorida(플로리다연금)', 'CPPIB(캐나다 연기금투자위원회)', 'CalPERS(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BCI(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 'OTPP(온타리오교직원연금)' 등이다. 
 
해외 연기금이 반대 사유를 공시한 내용은 대부분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부족, 임원 겸직 등이다. 충분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회사를 감시하는 역할에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장 오는 13일 예정인 메리츠종금증권의 정기주총 안건에는 5개의 해외연기금이 의결권을 행사해 재무제표(이익배당) 승인, 사내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 5개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내이사에 배준수 부사장을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BCI, CPPIB, CalSTRRS 등 3곳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BCI는 최고경영자(CEO) 외 다른 내부자의 선임을 반대한다고 이유를 공시했다.  
 
19일 예정인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의결권을 행사를 사전에 밝힌 연기금이 모두 반대를 표시했다. 김준규 이사의 사내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 해외연기금들은 이사회의 독립성 부족을 지적했다. 
 
SBIFlorida는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부족, 후보 추천위원회의 독립성 불충분"등을 사유로 밝혔고, OTPP는 "김 이사가 회사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의 변호사인 만큼 (회사와의 관계가) 잠재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TTP는 또한 이사회 내 여성의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성별의 다양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SDI가 올린 전영현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서는 전 사장이 지명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만큼 회사를 감독하는 역할에 있어서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에 대해서도 OTPP와 SBAFlorida가 금액이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 최윤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SBAFlorida는 경영지원실장(CFO) 겸직을 이유로 반대를 표시했다. 
 
대다수 기업의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표가 나온 배경에는 감사위원회에 대한 책임 문제가 있었다. 주총 소집공고는 주총일 2주 전에, 감사보고서는 1주 전에 공개되는데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감사보고서를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 주총에서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찬성 및 반대 입장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송민경 KCGS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해외 연기금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기준이 되는 지침은 엄격한 편"이라며 "이사회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보고, 특히 주총 소집공고일에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를 제시하지 못한 감사위원회의 책임으로 보고 당시 감사위원의 재선임안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결권 행사는 주주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한인데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가 배당, 이사 보수한도, 이사선임을 제대로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외연기금들이 상장기업의 주총 안건에 대해 이사회 독립성 부족, 재무제표 미승인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한 주주가 의결용지를 작성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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