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화이트리스트' 강요 혐의 다시 재판하라"
김기춘 전 실장 등 상고심서 강요 부분 파기…직권남용은 유죄 판단
입력 : 2020-02-13 11:50:03 수정 : 2020-02-13 11:50:0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보수단체 지원 명단인 '화이트리스트' 사건에서 대법원이 강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직권남용, 강요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 그 지위에 기초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특정 정치 성향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 즉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결한 원심 판단은 유지했다.
 
김 전 실장은 허현준 전 청와대 소통비서관실 행정관 등과 공모해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어버이연합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21개 특정 보수단체에 지원금 총 23억원 상당을 지급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허현준 전 행정관 등과 함께 2015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31개 특정 보수단체에 총 35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세월호 보고 조작'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심은 이들의 혐의 중 강요만을 유죄로 판단해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 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에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행위는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고, 피고인들의 이 사건 보수단체 지원 요구 행위가 직무집행의 형식과 외형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이 전경련이 특정 보수 시민단체에 자금 지원을 하게 한 행위는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실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실의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2심은 이들의 직권남용 혐의도 유죄로 판결했다. 형량은 1심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전경련에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한 행위는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고, 그 직무집행의 형식과 외형을 갖췄다"며 "이뿐 아니라 실질적·구체적으로는 보수 시민단체를 정권 비판 세력의 활동을 방해·견제하고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전경련에 대해 보수 시민단체 자금 지원을 강제한 것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이 직권남용 행위와 전경련의 자금 지원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외 6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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