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부상한 정치검찰 논란)③부작위 수사…"늑장수사도 정치개입 행태"
나경원 딸 특혜 의혹 54일 만에 수사 착수
'패트' 충돌 사건·어버이연합 사건도 '부작위 수사' 전형 지적
조현오 전 경찰청장 수사는 집권세력 봐주기 논란도
2020-01-08 06:00:00 2020-01-08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은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 재판 집행 등을 담당하는 국가 형사 사법기관이다. 정치 검찰의 행태는 이 과정에서 타이밍을 노린 수사, 재량권을 발휘한 기소(기소 편의주의) 등에 대한 논란이 일어왔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마땅히 해야 할 법적 의무와 권한 행사를 방치하는 '부작위(不作爲)', '인액션(In-action)'도 검찰의 정치 개입 행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당한 이유 없는 늑장 수사, 이른바 뭉개기 수사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보수·진보 등 정권의 성향에 관계없이 이뤄져 왔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판단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들어 진행 중인 부작위 수사 중 대표적 사례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고발 사건이다.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민생경제연구소가 나경원 의원을 딸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지난해 9월16일 처음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동안 이들 단체는 나 의원을 딸, 아들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비롯해 입시·성적 비리, 명예훼손·협박 등 혐의,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와 특혜 의혹, 성신여대 사학 비리 비호 의혹 등에 대해 총 8차에 걸쳐 고발장을 제출했다. 2차 고발 대상에는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사립학교법 위반, 사기, 업무방해 혐의 등 사학 비리 의혹을 받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포함됐다. 이들 단체는 국민 1만여명이 참여한 공동 고발장을 9차로 제출한 것에 이어 10차 고발도 준비하고 있다.
 
검찰은 첫 고발장 제출 이후 54일 만인 지난해 11월8일에서야 첫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지만, 고발인 조사가 마무리된 현재까지도 피고발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첫 고발장 제출 이후 무려 110여일이 넘도록 의혹 대상자에 대한 수사를 지연하고 있다.
 
 
고발인 조사를 받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 때 검찰의 편을 들고, 검찰 개혁을 반대하면서 검찰을 비호한 이유로 나 의원에 대한 수사를 안 하고 있다"며 "검찰의 성향 자체도 수구 기득권을 노골적으로 비호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수사가 논란일 때 사실상 거짓 또는 과장 진술로 검찰을 도와준 최 총장도 간단한 사건인데도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시사평론가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자녀 입시 의혹에 대해 8차에 걸쳐 고발이 들어갔음에도 수사를 안 하는 것은 정치적인 고려를 빼놓고 이해할 수 없다"면서 "검찰은 그간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수사나 기소를 미룬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의혹을 방치한 관행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도 늑장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또 수사 과정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고발·고소된 현직 국회의원 109명 중 59명으로 가장 많았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부를 제외하고 적극적으로 소환해 조사하지 않는 부분도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 이후 약 8개월 만인 이달 초 자유한국당 의원 14명, 더불어민주당 4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의 처분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당으로부터 '끼워 맞추기 수사'란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검찰의 시간끌기 수사의 경우 이전 보수 정권에서는 집권 세력 봐주기란 논란도 제기됐다. 대표적인 수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았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사건이다.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서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란 내용의 발언으로 2010년 8월 유족 등에게 고소·고발됐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 신분 상태에서는 서면진술서만을 제출받는 등 거의 수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2012년 4월 퇴임하고 나서야 수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늑장 수사에 고소 후 4개월째인 2010년 12월 고발인이던 문재인 당시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퇴임 후 약 5개월, 고소·고발 후 무려 2년이 지난 2012년 9월에서야 사자명예훼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됐고, 2014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이 확정됐다. 
 
안진걸(오른쪽) 민생경제연구소장 등 시민단체가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자녀 입시컨설팅 의혹'관련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 관제 시위와 어버이연합 불법 자금 지원 의혹 사건도 늑장 수사의 전형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6년 4월 친정부 시위를 진행한 어버이연합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금이 지원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수사 의뢰로 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수사는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 대한 2차례 소환 조사,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1차례 소환 조사 외에는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서 실제 정부가 보수단체를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서 전경련이 약 70억원이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부터 1년 뒤인 2017년 11월 허 전 행정관은 직권남용·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추 총장은 이듬해인 지난해 1월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장)도 "특정 행위만이 문제가 아니라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 부작위 혹은 인액션도 하나의 정치적 의사표시로 간주한다"며 "형법에서도 부작위는 '일부러 그런 행위를 한다'는 뜻의 작위와 같이 취급된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소장은 "검찰의 자체 개혁은 안 되고, 고위공직자수사처가 고위 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전담해 검찰의 부당한 관행을 끊어야 한다"며 "수사권을 조정해 경찰도 수사권 가져가서 선의의 경쟁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기념행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