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제 때 제대로 만든’ 삼성 에어드레서, 탄생까지 1000여대 거쳤다”
17년간 가전 혁신 함께 한 서응렬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마스터
“가족들이 소비자라는 생각…가전은 혜택과 편리함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
2018-10-08 06:00:00 2018-10-08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가전이 진화하고 있다. 가사노동을 덜어주는데서 그치지 않고 삶에 편리함을 더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신가전’도 속속 생겨났다. 베란다에서 말리던 옷을 세탁하자마자 입을 수 있게 만든 의류건조기, 김칫독을 땅 속에 묻지 않아도 1년 내내 최상의 김치를 맛볼 수 있는 김치냉장고, 매일 옷을 빨거나 다리지 않아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주는 의류관리기까지. 이른바 ‘틈새가전’이라고 불리던 제품들은 어느새 연간 판매량 100만대에 육박하는 주인공으로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가전의 진화를 이끌고 있는 서응렬 삼성전자 마스터를 지난 9월20일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만났다. 2002년 입사한 그는 17년간 생활가전사업부에 몸담으면서 삼성전자 가전이 혁신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 김치냉장고, 무풍에어컨 등 모두 그의 고민과 열정이 담긴 제품들이다. 최근 서 마스터는 의류 관리를 ‘세탁’에서 ‘청정’의 영역으로 재정의한 에어드레서를 선보였다. 시험용 제품으로 1000대 이상을 만들고 개발기간 내내 옷에 삼겹살 냄새를 묻히며 살았다. 그럼에도 가족들과 소비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 기술 분야의 정점을 찍은 장인을 뜻한다는 ‘마스터’ 직함을 얻은 그는 여전히 생활가전에서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서응렬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마스터가 에어드레서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케어와 미세먼지 제거에 집중”
서 마스터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하면 데일리케어를 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매일 정장을 입는 아버지, 교복을 입은 채 활동하는 학생들, 겨울 점퍼와 코트 등 날마다 관리하기 어려운 것들에 초점을 맞췄다. 2016년부터 주요 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한 미세먼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옷에 붙은 미세먼지는 집 안을 날아다니면서 폐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삼성전자가 선택한 것이 제트에어와 제트스팀이었다. 분당 7000리터의 바람이 옷의 먼지와 냄새를 털어내고, 바람 흡입구에 미세먼지 필터를 설치해 부유하는 먼지를 잡아냈다. 냄새 분해 필터를 적용해 스팀만으로 없애기 힘든 기름이나 고기냄새까지 분해했다. 서 마스터는 “베란다에 옷을 걸어놓고 환기만 해도 냄새가 빠지는 점을 감안해 훨씬 많은 양의 바람을 더 세게 불어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면서 “바람을 불게해서 냄새와 미세먼지를 털고, 털어진 것들을 소비자의 코로 들어가지 않게끔 필터로 끌고 가는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초는 아니었다. 10여년 전부터 경쟁사가 제품을 출시해오긴 했지만 그동안 많은 가전업체들이 의류관리기를 출시했다가 거두어들였다. 삼성전자는 ‘모든 제품에 때가 있다’며 기다렸다. 서 마스터는 “원천 기술에 해당하는 집진 기술이나 에어워시 기능 등은 이미 2004년~2005년부터 세탁기나 건조기 제품에 적용하고 있었다. 그런 기능을 어떻게 소비자 입맛에 맞출 것인가, 제품을 출시할만한 시점이 언제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가 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용 제품만 1000여개…"1년 먹을 삼겹살 다 먹었다"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화 지점을 고민했다. 시험 단계부터 수많은 제품들을 만들면서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뒀다. 서 마스터는 “제품이 양산되기 전 시험용 제품으로 1000대 이상을 만들었고 옷도 그에 버금갈 만큼 사서 테스트를 거쳤다. 냄새는 동일한 옷을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보니 회식할 때 모든 직원이 똑같은 셔츠, 똑같은 재킷을 입고 삼겹살 가게를 가서 냄새를 묻혀왔다.
 
그는 "직원들이 마지막에는 1년 먹을 삼겹살을 다 먹었다면서 다음번에는 소고기 냄새를 묻혀달라고 하더라. 또 미세먼지에 대해서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는데, 직원들이 실험 중 일부 노출된 미세먼지로 인해 감기가 걸리거나 눈병이 났던 때였다. 옷 자체에서 미세먼지를 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내부에서 집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험난한 과정을 거친 덕분에 진동으로 먼지를 흔들어 떨어뜨리는 기존 제품과 달리 소음 문제도 해결했다. 표준 모드로 작동하면 일반 사무실 환경인 42dB, 저소음 모드로 작동시키면 도서관 환경인 38dB까지 떨어졌다.
 
서응렬 마스터가 에어드레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소비자 편리함·혜택 제공이 최우선…무풍에어컨도 성공
서 마스터는 삼성전자에서 줄곧 열을 해석하고 유동하는 기술을 연구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이번 에어드레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기술이 빛을 발했다. 열유동이란 뜨거운 바람이든 차가운 바람이든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효율적으로 보내는 기술을 말한다. 언뜻 생활가전과 연관관계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냉장고, 에어컨 등 대부분의 가전에 이 기술이 적용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택한 것도 자신의 전공이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였다. 서 마스터는 “열유동 기술은 제트에어, 광촉매 필터, 통풍 옷걸이 등 에어드레서 전반에 적용됐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을 보니까 내가 가서 할 일이 참 많겠다 싶었다. 가전은 시간을 줄여준다거나 가사를 줄여준다거나 전기료를 줄여준다거나 하면서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소비자가전부문에서 17년을 함께한 만큼 삼성전자 가전제품의 탄생과 부상을 모두 지켜봤다. 특히 기억에 남는 제품은 ‘무풍에어컨’이다. 서 마스터는 “무풍에어컨은 개발자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갖고 가야 하는 골(goal)과 같은 과제였다. 무풍에어컨을 만들 때 ‘바람은 느껴지지 않지만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머릿속에만 있었던 개념을 제품으로 형상화하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마케팅, 디자인, 개발팀이 모여 많은 이야기를 해서 결국 제품을 탄생시켰고 무풍에어컨이 나오기 전에는 엎치락뒤치락하던 경쟁사와의 점유율도 완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가전 한길만 걸어온 마스터가 내다보는 가전의 미래는 어떨까. 서 마스터는 기존 가전제품들이 의식주에서 노동 시간을 줄여주는데 집중했다면 미래의 가전제품은 ‘편리함’의 영역을 키워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취미나 헬스, 의료 등 의식주 이외의 영역이 커지면서 가전의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특히 가전은 밖에서 이뤄지던 취사, 세탁 등을 집안으로 들여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활동들을 실내로 가져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태까지는 가전이 기계의 눈에 보이는 요소가 근간을 이뤘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스마트, 컨트롤(제어) 등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하드웨어에 대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 사진/삼성전자
 
“우리 아빠가 만든 것” 자랑할 수 있는 제품 만들어야
서 마스터의 단기목표는 에어드레서 신제품을 출시한 만큼 ‘1가정 3에어드레서’ 시대를 여는 것이다. 자신의 명예의 전당에 20개 이상의 제품을 올려놓는 것은 장기 목표다. 그는 “웬만한 선진국들은 5년 이내면 다 의류관리기 시장이 될 수 있다. 에어드레서도 몇 년 이내 필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빠·엄마·아이 것 따로 구매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점유율도 압도적으로 많이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깊이 연관돼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제품을 20개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 마스터는 앞으로도 ‘가족들이 소비자’라는 생각으로 가전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아내나 아이들이 ‘이건 참 잘 만들었다. 이건 우리 아빠가 만든 것’이라고 자랑할 수 있을 정도면 다른 소비자들한테도 혜택을 주고 기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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