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품귀 현상이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D램 호황도 끝날 것이라는 업계 예측과는 달리, 줄곧 내리막길이던 PC 수요가 다시 회복되면서 D램 가격 하락을 멈추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밥 스완 인텔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2011년 이후 PC 시장이 처음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CPU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밥 스완 CEO는 공개 서한을 통해 “전체 PC시장의 놀라운 성장으로 생산망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업무용 시스템은 물론 게임 영역의 강력한 PC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CPU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안에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앞서 인텔이 프리미엄 제품을 위한 생산라인에서 수율 올리기에 실패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당시 업계는 인텔이 서버용 CPU를 생산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일반 PC용 CPU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고, 14나노미터(nm) 공정에서 10나노미터 공정으로의 전환도 실패한 탓에 CPU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가뜩이나 증권가발 D램 고점 논란에 시달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또 하나의 악재가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진단도 나왔다.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예상 밖의 PC 수요 증가로 인해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D램의 공급처 비중(상반기 기준)은 PC가 20.3%, 모바일(33.7%), 서버(27.5%) 정도다. 7년 동안 PC 수요가 줄곧 하락하면서 모바일과 서버 수요에 밀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PC 시장은 반등했다. 이에 따라 향후 PC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2013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시작된 것도 수요 측면에서 인텔 하스웰 CPU의 양호한 판매에 힘입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CPU 공급 부족 사태가 PC 수요 개선으로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메모리반도체업체에 긍정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PC 수요 증가는 D램의 가격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D램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신중하게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향 범용제품인 DDR4 8Gb 1Gx8 2133㎒의 고정거래가격은 8.19달러로 5개월째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3분기와 4분기에는 고정거래가격이 8.31달러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랐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 D램 신규 장비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이천 M16공장을 2020년 10월 완공 목표로 추가 착공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공장까지 합치면 2020년까지 국내외에 최소 5개 반도체 생산라인을 추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것은 메모리 시장의 고점 논란에도 향후 시장 수요 전망을 낙관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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