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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KT의 'CEO 잔혹사', 해답은 "정치개입 근절"
2018-07-04 07:00:00 2018-07-04 07: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포스코와 KT의 CEO 잔혹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개입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독립적인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한편, 기업도 내부 편가르기 등 잘못된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7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서 '포스코와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 회장이 정권교체기마다 바뀌는 현상을 근절하기 위한 대안'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33.4%가 '청와대 등 정치권력의 개입 자제'를 꼽았다. 이어 '경영권 독립성 보장'(25.0%), '주주가 주도하는 선임 절차 정착'(17.4%), '내부의 줄서기 문화 근절'(16.8%), '새 주인 찾기'(5.8%)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에서 정치권력 개입 자제(37.2%)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특히 높았으며, 여성은 주주 주도의 선임 절차(17.0%)보다 내부 줄서기 문화 근절(19.4%)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전 연령대에서 정치권의 개입 자제를 촉구하는 의견이 많았고, 20대에서는 내부 줄서기 문화 근절이 32.2%로 가장 높아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이 돌연 사임을 선언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포스코의 새로운 50년을 위해 용퇴한다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국정농단 연루 등으로 인한 정치적 압박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2014년 취임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였다. 권 회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인 사퇴설에 시달렸다.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 계속 빠지면서 이 같은 전망이 힘을 얻었다. 결국 '정권교체=포스코 회장 교체' 등식이 또 다시 현실이 됐다.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10.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이 57.3%에 이르고 소액주주 지분율도 높아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린다. 민영화됐지만 정치적 외풍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박태준 초대 회장을 포함한 8명의 회장이 모두 정권교체기에 중도 하차했다. 황경로 회장과 정명식 회장의 재임 기간은 각각 6개월과 1년에 불과했다. 민영화를 이끈 유상부 회장도 노무현정부 출범 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구택 회장은 이명박정부 출범 1년 후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으로 회장 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권 회장의 전임자인 정준양 회장 역시 당시 '상왕'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과의 유착 속에 각종 비리와 비자금 의혹에 발목을 잡혔다.
 
권오준 회장의 후임 인선 과정에서도 병폐가 드러났다. 8차례의 승계카운슬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외압설, 권오준 회장 등 전·현직 회장들의 특정인사 지원설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들이 득세하는 폐쇄적 서열문화도 도마에 올랐다. 다만 이 같은 지적들은 승계카운슬이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하면서 잠잠해졌다.
 
KT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KT 역시 국민연금이 10.07%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연임을 포기한 이용경 사장만이 임기를 채웠다. 남중수 전 사장과 이석채 회장 모두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차기 정부 출범 후 비리 등의 혐의로 중도 하차했다. 최근에는 황창규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황 회장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가운데 검찰이 경찰에 보강수사를 지시하면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해 생존의 가능성이 열렸다. 황 회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인 2014년 3월 취임했다. 황 회장은 경찰 수사와 무관하게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사측 대표로 참가하고 중국에서 열린 'MWC 상하이 2018'를 찾는 등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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