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가 한 자릿수로 압축, 최종 후보 낙점을 눈앞에 둔 가운데 그동안 잠잠했던 후보 선출 관련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만큼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회장을 뽑겠다던 포스코로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5일 서울 모처에서 ‘CEO 승계 카운슬’을 갖고 지난달까지 사내외에서 발굴한 20여명의 후보들중 5명을 압축해 최종 심사를 진행키로 했다. 이들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언론 등을 통해 거론됐던 포스코 전·현직 임원들 이외에 외부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2~3차례 회의를 더 갖고 후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가 마무리 되는 이달 중순경 최종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뉴시스
후보 선출 작업이 속도를 내는 이유는 잠잠했던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터지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4일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 논평이 불을 붙였다. 김 대변인은 이날 “지난달 29일 인천의 한 호텔에서 포스코 전 회장들이 모인 가운데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의 뜻이라며 특정 인사를 포스코 회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전임 회장들의 협조를 요청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했다. 즉각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허위사실이라며 반박했고, 포스코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해 논란 확산을 일단 막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포항과 광양 등에서 자신들이 밀고 있는 후보를 옹호하고, 다른 후보들을 흠집내는 각종 루머와 투서가 돌아다니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회장 선출과정 때마다 낭패를 본 적이 있는 포스코는 이번만큼은 갈등 없이 차기 회장 선출에 역점을 뒀기에 최근 흐름이 불안하다. 단 한 번도 정권의 낙점인사는 없었다고 공언했지만 누구나 다 아는 거짓말로 치부돼 좀처럼 ‘낙하산 인사’ 기업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논란이 조직원 간의 분열로 이어져 회장 선임 후에도 후폭풍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에 입사한 직원이라면 누구라도 회장을 꿈꾼다. 회장이 못 돼도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을 따른다”면서 “다만 욕심이 지나치고, 외부 권력의 힘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과 등을 돌려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점이 회장이 누구냐보다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의식한 듯, 포스코는 4일 김 대변인 논평에 대한 해명 발표 직후 자율공시를 통해 ‘2018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포스코의 지배구조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대표이사 선임 권한을 갖고 있으며,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명기했다. 회사 고유의 활동에 있어 외부 개입이나 간섭은 전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다음 주까지가 회장 선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종 인사 낙점 기준은 무엇이 될 것이냐가 관건인데, 포스코는 암묵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의 제1 원칙으로 박태준 명예회장의 유훈을 따르고 있어 이번에도 그가 제시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인물이 될 전망이다.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의 시드머니는 일본 식민지배상금, 다시 말해 조상의 혈세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가 포스코의 영원한 출발선이다. 또 대기업 최고경영자에겐 상충되는 요소에 균형을 잡아주는 통찰력이 소중한데 사원·주주·지역사회·지식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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