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삼성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자산총액 700조원을 넘어섰다. 매출액도 연간 기준 네 번째 300조원대,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가장 많은 42조원대를 기록했다. 외형적 성장은 뚜렷하지만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그룹 사업구조는 여전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감융감독원에 제출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그룹 62개 계열사(금융사 17곳)의 자산총액은 744조6972억1600만원으로, 사상 처음 700조원대를 넘었다. 대규모기업집단의 자산 현황을 금감원이 첫 공시한 2009년 360조1946억6600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매출액도 2009년 222조3920억8200만원에서 지난해 315조8417억300만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연 매출액 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2년(312조6762억4400만원), 2013년(318조776억1200만원), 2014년(302조8968억6700만원)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2조5539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써냈다. 2012년 30조1981억3300만원에서 2015년 15조6047억8800만원까지 급감했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주력인 삼성전자가 그룹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자산총액은 198조2413억6000만원으로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매출액은 161조9150억700만원, 영업이익은 34조8570억9100만원이었다. 그룹 전체 실적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 26.62%, 매출 51.26%, 영업이익 81.91%로, 절대적이다.
비금융 계열사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의존도는 더 확연해진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비금융 계열사의 자산총액은 348조5619억3400만원, 매출액 258조895억5400만원, 영업이익은 39조3684억8300만원으로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6.81%, 81.71%, 92.51%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빼면 자산총액 150조3205억7400만원(20.19%), 매출액 96조1745억4700만원(30.45%), 영업이익 4조5113억9200만원(10.60%)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비금융 계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 56.87%, 매출 62.74%, 영업이익 88.54%였다. 삼성물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업계 1·2위를 다투는 계열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에는 미치지 못했다.
삼성은 최근 수년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석유화학·방산 계열사 매각, 바이오로직스 투자 확대, 하만 인수 등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는 더 심화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기존 비전자 사업부문의 경쟁우위 희석, 신사업의 더딘 시장 성장 등이 겹치면서 비금융 계열사들이 아직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 내에서는 "삼성은 전자와 후자로 나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후자에 속한 기업 구성원들의 열등감도 상당할 정도다.
삼성 관계자는 “전자 착시현상을 버리면 삼성도 평범한 기업에 불과하다. 구조 개편을 본격 시작할 때부터 현재의 결과를 예견했기 때문에 계열사별로 강도 높은 쇄신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정말로 삼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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