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원 보험판매 압박한 시중은행 제재
기업·KEB하나·우리·SC제일·대구·부산은행 등 보험모집 관련 경고
방카슈랑스 자필 서명·내부 통제 소홀 '지적'…불완전판매 우려 제기
2017-12-05 14:25:12 2017-12-05 15:23:5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기업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이 모집 종사자가 아닌 일반 행원에 보험판매를 압박한 것이 적발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들 은행은 내부 캠페인과 성과지표(KPI) 등을 통해 보험 상품 상담 등을 권하는 등의 방법으로 은행원들의 보험판매를 유도했다. 또한 보험계약자의 자필서명 관리를 소홀히 부분도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제재내용 공개안’에 따르면 기업·KEB하나·우리·SC제일·대구·부산은행은 지난달 24일 당국으로부터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판매)와 관련해 총 12건의 경영유의와 개선사항 처분을 받았다.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은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이들 금융사는 특히 보험 모집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부산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본점 전경.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은 본점·지점 등 점포별로 최대 2명까지만 보험모집에 종사할 수 있다. 이에 방카슈랑스 모집 종사자가 아닌 임직원은 보험 상품 구입을 권유하거나 판매하는 일체의 행위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보험 모집을 권고하는 등 사실상 전 직원에게 방카슈랑스를 떠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 한 지점은 2014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방카슈랑스 판매촉진행사인 ‘방카 페스티발’을 열고 보험계약을 집중 모집했다.
행사가 열린 총 5영업일 간 해당 지점의 보험계약은 하루 평균 18.4건 이뤄졌다. 이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해당 지점의 하루 평균 실적인 2.3건보다 8배 많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은 전 직원이 공유하는 내부 직원용 방카슈랑스 게시판에 ‘지역본부 방카 활성화 전략’ 등도 전파했다.
여기에는 ‘개인 고객팀 창구에서 모든 직원이 소액으로 지속적으로 권유’, ‘가망고객 적극관리’, ‘모든 직원 타켓고객을 대상으로 하루 1명 이상 상품 권유, 통합 CRM에 상담내용 등록’ 등의 문건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보험 판매 담당자 이외의 직원이 보험모집에 관여하거나 불완전판매를 할 우려가 있다고 금감원은 평가했다.
KEB하나은행 또한 사내전산망 게시판에 ‘1인 1건’, ‘모든 창구에서 한 목소리로 방카를 권유’, ‘전 직원이 의기투합해 자체 방카 연수 실시’, ‘방카 권유 생활화’, '우리 모두 합심해 내점하는 분께 하루 10번 권유하기' 등 판매 우수사례와 베스트 스크립트 자료를 전 직원이 열람할 수 있도록 게시했다.
 
부산은행 역시 내부직원용 게시판에서 오인 소지가 있는 우수 영업점 사례 등을 올렸다.
해당 게시판에는 ‘방카 성공 시 실시간 전 직원 공지하여 격려 및 분위기 UP', '모든 고객에게 권유하라’, ‘전 직원이 동참하라 - 전 직원이 개인별 목표 달성’ 등의 자료가 게재됐다.
 
성과지표를 활용한 사례도 나왔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직원 평가지표(KPI)를 이용해 PB(전담직원)의 보험상품 상담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의 제재안을 보면 SC제일은행 한 지점은 보험 판매담당자가 PB(전담직원)의 담당 고객에 대해 보험 상품을 모집한 경우 방카슈랑스 신규판매 실적의 70%를 전담직원에게 배정했다. ‘신규판매수익 실적인정기준’에 따른 것이다. 반면 보험 판매담당자에게는 20%만을 배정받았다.
 
이 결과, 보험 판매 담당자가 아닌 전담직원이 방카슈랑스 상담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고, 보험 판매담당자 이외 직원들의 보험 판매 권유가 조장될 우려가 있다고 금감원은 진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판매담당자 이외 직원의 보험 영업 관여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관련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점은 무리한 방카슈랑스 판매목표 부여행위를 지양하고, 내부직원용 방카슈랑스 교육자료나 게시자료 등에 대한 사전검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구은행의 영업부에서는 자체 교육 자료인 ‘창구 토스 활성화’ 등을 통해 보험 판매 담당자 이외 직원이 방문고객에 대해 보험창구를 소개토록 권장했다.
여기에는 ‘통장삽지를 거래하는 모든 고객에게 배부’, ‘주저 없이 권유하셔도 됩니다’, ‘고객에게 방카상품 권유 시 비전을 제시’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소개 실적도 별도로 기록됐다.
 
한편 재산종합보험 등의 청약서 발급 절차와 보험계약자 등의 자필서명 관리도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은 지난 2015년 10월23일부터 한 달여 간 한화손해보험의 ‘무배당한화골드클래스보장보험’ 등 총 6건의 연금·저축보험을 모집하면서 자필서명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이 적발됐다.
 
만약 보험모집 당일 보험계약자(피보험자)의 자필서명을 받지 않으면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기업은행 한 지점에서도 지난 2015년 9월 유선상으로 계약자의 청약 의사만 확인해 총 29건의 재산종합보험계약을 성립시킨 이후 계약자의 자필서명을 다음날에 보완한 것으로 나왔다.
 
이밖에 대구은행은 검사대상 기간인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5년 11월 중 차주의 연락 두절 등의 사유로 재산종합보험 갱신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지 못하게 되자 ‘여신거래 기본약정서’ 및 ‘담보운영지침’에 따라 보험료를 가지급금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창구 소개실적 관리 등에 따른 보험 판매 권유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방카슈랑스 영업과 관련해 법규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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