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민주노총이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불참한 것을 놓고 노동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전직 임원들마저 조직 위상만 고려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자중지란 조짐마저 보이면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한국노총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
26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의 발판을 다지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호프 미팅'을 가졌다. 이날 만남은 양측 간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노총은 문 대통령과의 회동 이틀 만에 경영계를 만나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8자 회의'에 대한상의가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8자 회의는 지난 9월 한국노총이 제안한 것으로, 기존 대통령 직속 노사정위보다 참여 주체를 확대했다. 정부를 대표해 대통령,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노사정위가 참여한다. 경영계는 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계는 양대 노총이 테이블에 앉는다. 참여 주체를 확장하고, 논의 주제도 단계별로 확장해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내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간담회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노사정 대표자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대화가 진척되기를 희망한다"며 공감을 보였다.
반면 민주노총은 노정 교섭을 요구해왔다. 경영계를 배제한 채, 노동계와 정부만 참여하는 방식이다. 정부와 노동계가 상시적으로 만나 노동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이번 간담회에 불참하면서 노정 교섭의 성사 가능성은 낮아졌다. 청와대와의 관계도 일정기간 긴장 국면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이 노정 교섭보다 노사정 대화에 무게를 실은 것도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간담회 불참과 관련해 노동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민주노총의 산별 조직에 접촉, 간담회 참여를 요청해 조직 질서를 훼손했다는 게 민주노총이 내세운 불참 사유다. 이에 대해 여론은 물론 노동계 인사들도 '명분 없는 불참'이라며 못마땅해 하는 표정이 강하다. 민주노총 6기 위원장을 지낸 김영훈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지난 25일 당 상무위 회의에서 "민주노총에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며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원칙을 갖고 세상의 수만 가지 변화에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베트남 혁명가인 호찌민의 말을 인용해 민주노총의 유연한 대응을 주문한 것. 윤효원 국제제조산업노조(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는 같은 날 "(간담회 불참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대화를 거부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에서는 경총이 비슷한 처지로 내몰렸다. 경총은 노사관계를 전문으로 하는 경제단체로 1998년 노사정위 출범과 함께 한국노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들어 한국노총이 경총보다 대한상의와의 스킨십 강화에 나서면서 파트너를 잃게 됐다. 김주영 위원장과 박용만 회장이 만난 것만 이날로 세 번째다. 이들은 지난 6월 문 대통령 방미 때 처음 만나 양극화 해소가 절실하다는 데 공감대를 보였다. 지난 9월 김 위원장이 대한상의를 방문했고, 이날은 박 회장이 한국노총을 찾아 호프 미팅을 진행하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대한상의를 찾은 뒤 경총을 방문해 박병원 회장을 만났다. 양측은 비정규직, 통상임금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이견을 재확인했다. 한국노총 측은 "노동 현안에 대한 여전한 입장차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새정부 출범 직후 경총은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강하게 비판해 논란이 됐다. 당정을 중심으로 연이어 경총 주장을 성토하면서 역풍도 일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정농단 사태로 해체 위기에 내몰리자, 재계 대표주자로 올라서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결국 정부와 노동계가 경영계와의 대화 채널로 사실상 대한상의를 단일화하면서 경총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한국노총 등 노동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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