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매각 협상이 다시 혼전 양상이다. 도시바는 매각 대상자를 최종 선정하지 못했다. 한미일 연합이 반전 카드로 애플을 가세시킨 가운데, 대만의 홍하이그룹(폭스콘)도 인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인수전 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메모리반도체 매각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이사회에서는 매각 협상을 계속한다는 입장만을 확인했다. 도시바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내년 3월 매각 완료를 목표로 여러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는 미국의 WD(웨스턴디지털)를 중심으로 한 신 미일연합에 독점교섭권을 주는 안건도 이사회에 올렸다. 도시바와 WD는 매각 가격 2조엔(약 20조4100억원), 기업공개(IPO), 일본 측의 의결권 과반 확보 등에 대해서는 합의했다. 하지만 WD의 출자비율 상한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WD는 출자비율을 전체 지분의 3분의 1까지 늘리고자 했지만, 도시바는 반독점 심사를 이유로 10년 동안 15% 이하의 지분율을 유지하길 원했다.
일본 도시바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이로써 도시바는 신 미일연합 외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 홍하이그룹 등 3개 진영과 매각 협상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한미일연합은 도시바 이사회 직전 애플을 끌어들이면서 진영을 크게 보강했다. 한미일연합은 미국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인캐피털과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각각 46.5% 갖는 방식을 도시바에 제안했다. 애플과 SK하이닉스는 지분 없이 각각 3000억엔(약 3조600억원)과 2000억엔(약 2조400억원)을 출자한다.
폭스콘도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 구글 등과 연합해 인수 협상을 추진 중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도시바 이사회에서 WD 진영과 한미일연합, 폭스콘의 인수 제안이 모두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월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협업 관계에 있던 WD가 도시바를 상대로 제3자 매각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이후 WD가 속한 신 미일연합 측에 협상 우선권을 내주려고 했지만, 이조차 무산됐다.
도시바는 협상을 계속해 가급적 신속하게 매각을 끝내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안갯속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각 국의 이해관계가 걸리면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매각을 원활히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2년 연속 채무초과(자본잠식)로 상장 폐지될 수도 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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