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순실·박 전 대통령 뇌물' 어떻게 인정됐나
법원 "'승계작업' 청탁 대가로 승마·영재센터 지원"
2017-08-25 18:43:32 2017-08-27 08:49:3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소사실인 뇌물공여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재판과 직결되기 때문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최씨는 모두 뇌물죄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뇌물죄 성립을 두고 특검과 삼성 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쟁점은 이 부회장이 자금지원을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였다.
 
"개별 현안 청탁 증거 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25일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수뇌부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시기에 있었던 개별현안에 대한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시기나 현안에 대한 의사표시의 성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지원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한 2015년 7월25일에는 이미 국민연금공단이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해 최대 현안이 해결된 후”라며 “삼성그룹 관련 말씀자료나 ‘안종범 업무수첩’의 기재만으로는 청탁 사실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현안’이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해서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견 등을 제출한 것은 통상적인 의견 교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포괄적 현안' 청탁 인정"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다. 이른바 ‘포괄적 현안’으로,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의 현안은 개별적으로는 부정한 청탁 대상이 아니지만 세 현안 모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봤다.
 
삼성SDS 등 상장은 상장 후 이 부회장이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상속세 납부나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경영권을 공고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삼성물산 등 합병도 지분 취득을 위해 현금을 출연하지 않고도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현안도 결국 경영권 승계 또는 그룹 지배력 강화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인정했다. 이건희 회장 사망 후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 지주회사 등 금융부문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도 승계작업 추진"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각 계열사를 통할하고 운영을 지원·조정하면서 총수의 경영지배권 행사를 지원하는 조직인 미래전략실 역시 이 부회장을 이 회장의 후계자로 인정하고 각 개별 현안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승계작업이 추진되고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등으로 통해 ‘포괄적 현안’인 경영권 승계작업 지원이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정씨의 승마훈련과, 장시호씨가 운영한 영재센터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요구한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최씨와의 공모에 따른 개인적 지원임을 이 부회장 등이 알고 있었던 점, 거액의 용역대금과 마필을 최씨가 지배하는 코어스포츠나 최씨에게 귀속시킨 점, 최씨에 대한 이익 제공이 은밀하게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하면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승마·영재센터 지원, 대가성 인정"
 
영제센터 후원 부분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 등이 자금을 지원한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비영리·공익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대통령의 요구가 대상이나 규모 방식면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됐던 점, 후원계약 전 타당성이나 공익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신속히 집행된 점 등에 비춰보면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지원금 출연은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SK나 롯데 등 여러 기업에게 출연을 요구하면서 이 부회장에 대해서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관계라는 인식을 하고 출연을 요청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단 출연이 청와대 경제수석실 주도로 이뤄진 점, 출연에 강압적 측면이 있었던 점, 대통령의 요구가 승마지원이나 영재센터 지원에 비해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대가관계를 부정하는 근거로 들었다. 

특검이 이 부회장 등을 기소할 때 공소장에 적시한 뇌물 총액은 433억2800만원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에 따라 이 가운데 89억 2227만원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승마지원과 영재센터 지원금이다. 재단출연금과 삼성이 최씨가 운영한 코어스포츠에 주기로 약속한 자금은 승계작업 지원이라는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박근혜 전 대통령·비선실세 최순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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