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10일 단행된 고검 검사급 정기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파격을 지나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종전까지 유지돼 왔던 전문분야와 기수에 대한 고려가 여지없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면을 뜯어보면 파격과 안정이 적절히 조화된 인사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고검 검사급은 수사 최전방 지휘라인인 부부장검사부터 차장검사까지 인사이기 때문에 검사장급 이상 인사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실무 지휘라인을 구성하는 것인 만큼, 기수와 전문분야에 대한 비중이 어느 정도는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실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공안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와 특수수사를 책임 질 3차장 검사를 두고는 청와대와 박상기 법무부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간 의견 조율이 막판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1차장이 선임차장이지만 윤대진 차장검사가 원포인트 인사로 일찌감치 입성했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는 논외였다.
이날 발표에서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박찬호(51·사법연수원 26기) 방위사업수사부장, 3차장에는 한동훈(44·사법연수원 27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이 각각 임명됐다. 박 신임 차장과 한 신임차장의 기용은 이번 인사의 상징이다. 특히 박 차장 보임으로 라인업이 완성된 검찰 공안라인은 전문분야 보다는 기획과 수사실무를 더 중시한 인사로, 일각에서는 ‘공안부 힘빼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차장은 대검 중수부 검사와 참여정부시절 삼성비자금 특별수사팀 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 3부장 등을 역임한 이른바 ‘특수통’이다. 최근 맡았던 보직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1부장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으로, 공안 수사 보다는 특수수사를 해왔다.
이수권(26기) 대검 공안기획관도 전례와 비교해보면 정통적인 공안 검사와는 거리가 있다.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법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수원지검 안양지청 부장검사를 역임했다. 그러나 이 기획관의 경우 대검 연구관 시절과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역임 전후 공안 사건을 다뤘기 때문에 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이에 앞서 대검 공안부장으로 임명된 권익환(22기) 검사장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파견 검사, 법무부 형사법제과장과 법무부 형시기획과장,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2비서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법무부 기조실장 등을 역임한 이른바 ‘기획통’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차장 보다 신임 3차장인 한 차장에 대한 인사 충격이 더 강한 것으로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주로 거론되던 후보군은 24~25기 ‘특수통’ 들이었으나 최소 2기수 후배가 선배들을 제치고 임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기수이긴 하지만 한 차장 역시 빠지지 않는 특수수사 전문 검사다.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을 오랫동안 역임했다. 최근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고래조세조사부장과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서 활약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사건을 담당했으며, 검찰에 복귀한 뒤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맡았다.
이번 인사에 대해 전직 고위 검찰 관계자는 “검찰 인사는 정부와 시기마다 인사가 다르다. 어떤 룰이나 정해진 규칙은 없다”면서도 “특히 서울중앙지검 차장 인사를 볼 때 이번 인사는 노무현 정부인 참여정부 때보다 더 파격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 현직 고위 검찰 관계자는 “파격과 안정이 두루 반영된 인사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는 서울중앙지검 차장인사가 파격적이지 서울 동남북서 차장이나 그 외 인사들을 보면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산 수준으로 재편될 범죄정보기획관의 새 수장은 권순범 대검 검찰연구관이 맡았으며, 일선청 특수수사를 관리 지원할 반부패부 기획관에는 김후곤 대검 대변인이 보임됐다. 검찰개혁을 추진할 검찰개혁 추진단장으로는 조종태 대구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또 검찰 내부 사정에 나설 특별감찰단장에는 서영수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이 기용됐다. 모두 사법연수원 25기 동기들로, 중고참급 차장검사들이다.
서울과 수도권 범죄를 수사 지휘할 서울지역 일선 청 차장검사들도 기수가 안정적으로 배정됐다. 서울동부지검 차장에는 사법연수원 24기인 문찬석 순천지청장이, 서울남부지검 1차장에는 역시 24기인 장영수 대구서부지청장이 보임됐다. 증권범죄와 금융범죄 수사를 지휘할 서울남부지검 2차장은 이현철(25기) 수원지검 2차장이 맡았다. 여기에 서울북부지검과 서울 서부지검 차장은 연수원 24기인 박성진 강릉지청장과 안성수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이 임명됐다.
진재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김성훈 공공형사부장,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등 과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의 약진을 두고도 여러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라인’, ‘윤석열 사단’이 서울중앙지검에 입성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특수통 검사들의 세대교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수수사 전문인 한 현직 고위 검찰 간부는 “라인이나 사단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특수부 검사들 중 윤 검사장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비슷한 시기에 근무하고 있는 특수부 검사들이 기수 하향과 함께 전면에 나서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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