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구형 대체로 적정"…재판부 결론 주목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전초전…특검 "전형적 국정농단"
2017-08-07 19:03:01 2017-08-07 19:36:21
[뉴스토마토 최기철·정해훈 기자]박영수 특별검사가 ‘세기의 재판’이라고 설명했던 ‘삼성전자 국정농단 뇌물사건’ 재판은 마지막까지 양측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3월9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뒤 7일 결심공판까지 총 53회의 공판이 진행됐지만 특검팀과 삼성, 양측 모두 총력전을 펼치면서 단 한 발도 양보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우리나라 최대 기업 총수에 대한 재판이기도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한 전초전이기도 하다.
 
이날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는 등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수뇌부에게 중형을 구형했지만, 삼성 측 역시 특검 측이 정도를 넘는 ‘마녀사냥’식 주장을 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결심공판에서 양측은 ‘정경유착 관행 철폐’, ‘무죄추정 원칙 위반’ 등 개념적인 주장을 내세워 상대방 주장의 논리를 흔드는 한편, 세부적인 법리구성에 대한 모순을 주장하면서 서로를 공격했다.
 
이날 직접 출석해 구형한 박 특검은 논고에서 “ 재판과정을 통해 나타난 피고인들의 태도를 볼 때, 우리나라 GDP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1등 기업 삼성그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그룹 총수만을 위한 기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삼성으로서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인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가 시급한 지상과제가 됐다”고 전제하고 “이에 따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굴욕적으로 최순실의 딸에 대한 승마지원을 하게 되었고, 미르 재단, 케이스포츠 재단 기금 조성 및 영재센터 후원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됐던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이 사건의 실체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라고 규정했다.
 
박 특검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죄가 구성되는 구체적 근거에 대해 “통상적으로 그룹 차원의 뇌물 사건에서 가장 입증이 어려운 부분은 돈을 건네준 사실과 그룹 총수의 가담 사실인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 스스로 약 300억원을 준 사실과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 및 자금 지원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즉, 통상의 뇌물 사건에 있어서 입증이 가장 어려운 부분에 해당하는 두 가지 사실을 피고인들이 자인하고 있고, 그에 더해 공판 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관련 증거들에 의해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뇌물공여 기간 중에 진행된 경영권 승계 현안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엘리엇 대책 방안 마련 등과 관련하여 실제 도움을 준 사실까지도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에,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직무상 요구 이외에, 개인적 친분 등 다른 사유로 이 사건 지원을 할 이유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결국,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교부한 금원들은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교부된 뇌물임이 명백하게 입증 됐다”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특히 “피고인들은 피고인 이재용과 대통령의 독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 최지성의 책임 하에 자금 지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피고인 이재용은 지원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 이재용이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총수의 전위조직인 미래전략실 실장이 총수의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자금지원을 했다는 것은 경험칙이나 상식에 반하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측 변호인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 좌장격인 송우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최후변론에서 “과연 특검 주장처럼 이 사건(삼성 뇌물사건)이 국정농단의 본체이자 정경유착 본보기가 돼야 할 사건인지 의문”이라며 “특검이 부여한 의미 때문에 증거 없는 사실 인정과 법리에 반하는 판단 이뤄지고 피고인의 행위가 그들 진정한 의사와 다르게 평가받는 것에 대해 변호인으로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공소장을 보면 핵심 범죄사실 부분은 특검의 일방적 추측만 난무하고 있고, 법관으로 하여금 예단을 형성하기 위해 기재된 부분도 많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3차 단독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피고인에게 정유라를 잘 지원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잘 지원해달라고 주장하면서 인용부호인 큰따옴표를 사용했지만 이 문장부호는 직접 대화내용을 인용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특검은 재판장이 이 부분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자 증거는 없고 취지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공소장이 논문도 아니고 이렇게 기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이어 “단언컨대 특검이 전 공판과정에서 제출한 정황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 간접사실 모아 봐도 공소사실 뒷받침 할 수 없다”며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주장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번복할만한 아무런 증거 없다는 또다른 표현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이날 변론이 종결된 ‘삼성뇌물 재판’에 대한 법조계와 사회단체 시각은 대체로 특검 쪽으로 기울고 있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최근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것처럼 진술이 만들어졌지만, 드러난 사실 가지고도 유죄를 면하기 어렵다. 다른 기업과 달리 개인적 목적에 따라 밑에 있는 사람이 손발이 돼 행동하면서 이 부회장은 몰랐다고 하면서 책임지는 시나리오를 내세우는데, 이는 상식 밖의 대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체를 본다면 이 부회장은 이 사건의 주체이고,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 부회장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면서 밑에 사람이 나선다고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엄격한 증거주의를 가지고 구멍을 만들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구형량도 적정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장 판사 출신 변호사는 “예상했던 구형이다. 선고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이지만, 구형과 심히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기징역도 가능한 사건이지만, 12년을 구형한 것은 특검도 나름대로 고민을 한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형량보다 유죄를 받아 실형을 선고받는 것이다.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 형량에 크게 의미를 둘 것은 아니다. 형량이 낮아지면 사면이나 가석방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 정도로 낮은 형량이 아니라면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유죄를 전제로 하면 구형이 높지 않다고 본다”며 “법원에서는 통상 구형보다 적게 선고하는데, 양형 기준에 의하면 9년~12년을 선고한다. 가중으로는 무기징역. 특검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자백이나 반성한 것도 아닌데 통상 기준의 구형으로 보면 무겁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 사진/뉴시스
 
최기철·정해훈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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