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JTBC를 ‘이적단체’라고 지목하면서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2일 열린 공판에서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10분 동안 홍석현 회장에 대한 불만을 굉장히 강하게 얘기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 대화내용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독대 분위기가 전달이 돼서 조금 설명을 드리겠다”며 당시 상황을 소상히 말했다. 이 부회장은 “처음에 신사업 얘기 끝나고 나서 (박 전 대통령이) 무슨 얘길 하시다가 JTBC 얘기를 꺼냈다”며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외삼촌이지 않냐. 중앙일보 자회사 JTBC뉴스 프로그램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문구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면 그러실 수가 있느냐’ 이적단체라는 단어까지 쓰셨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뉴스프로그램을 본적 있느냐고 물어서 잘 안 본다고 하니까 강한 불만을 얘기 하셨다”며 “(제가 중앙일보는) 계열이 분리된지 오래됐고 독립된 언론사인데다가 (홍 회장은) 저한테 손윗분이라 말씀드리기 힘들다 하니 더 짜증내시면서 ‘어머님이 누님이시니 어머님께 말씀 드려라’라면서 굉장히 흥분하셨다. 얼굴이 빨개지시고"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제가 홍석현 회장께서 이건희 회장 건재하실 때 얘기해도 말씀을 안 들으셨다며 제가 피하는 투로 말씀을 드렸더니 두 분 정치인 실명 거론하시면서 ‘누구랑 내 얘기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모르느냐. 모 국회의원하고 모의하고 다니는지 모르느냐. 정치에 야망이 있는 것 같으신데 삼성이 줄 대는 거냐. 중앙일보, JTBC 제일 큰 광고주 아니냐’고 하셔 제가 할 말이 없었다. 더 대꾸 해봤자 화만 돋우는 일이 될 것 같았다”며 “정확한 시간이 기억 안 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대화 끝 부분을 JTBC 얘기만...(하셨다)”고 회상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내용을 특검 조사 당시 진술한 점을 인정하면서 “그때 탄핵재판 진행 중이었고 저랑 친인척 관계있지만 언론사에 대해 일국의 대통령이 그런 언급을 했다는 것을 조서에 남기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