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다툼이냐, 양형 문제냐…종착점 다다른 '세기의 재판'
결심 임박, 삼성 주변 "무죄 가능성" 목소리 커져
특검팀 "유죄 확신"…전문가들도 '유죄'전망 우세
2017-08-01 03:00:00 2017-08-01 03: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기자]‘세기의 사건’인 삼성전자 뇌물사건 재판이 종국으로 치달으면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유죄 선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리적 배경은 크게 3가지다. 뇌물죄를 구성하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의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 이 부회장의 사건에 대한 직접 개입 여부, 박 전 대통령과 뇌물죄의 통로 역할을 한 비선실세 최순실의 공모관계를 등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쟁점이 뭉쳐있는 사건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의 독대다.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후 1차 독대를 가진 뒤, 2015년 7월 25일 두 번째 독대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자금지원과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요구하고, 이 부회장은 그 대가로 경영권 승계와 연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현안을 해결해줄 것을 청탁했다는 것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주장이다.
 
특검팀은 이에 대한 강력한 증거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을 기록한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지난 6일 이 부회장 공판에서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이 부회장 무죄’ 주장의 논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인 만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 부정한 청탁과 자금지원, 그리고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삼성 측은 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가까운 요구 때문이라며 뇌물죄를 부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특검팀 수사 과정 등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올림픽에 나가려면) 좋은 말도 사고 전지훈련도 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한다. 한화보다 못하다’면서 '레이저빔을 쏘면서 독대 30분 중 15분을 승마 얘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삼성 측의 '뇌물 무죄' 주장은 이후 공판을 거치면서 구체화 됐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에 삼성의 정유라 지원에 대한 메모가 없는 점과 안 전 수석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안 전 수석에게 직접 제출 받은 것이 아니라 보좌관을 통해 얻은 것이라 확보과정의 적법성을 지적하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 문건 16종에 대해서도 '부정한 청탁'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현안 점검 차원에서 만들어졌을 했을 뿐이지 경영승계를 돕기 위한 지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낸 것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진술한 전문증거라 증거능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 이 부회장과 최씨가 서로 알게 된 시점도 청탁이나 대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31일 열린 공판에서는 전날 선고된 ‘블랙리스트 판결’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와의 공모관계가 부정된 것을 논리적 근거로 ‘제3자 뇌물죄’의 구성 자체를 부정했다.
 
법조계에서도 최근 삼성 측 주장을 긍정하는 의견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판이 진행되면서 이 부회장 구속기소 당시 특검측의 “뇌물죄의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주장에 비해 많이 후퇴했다는 분석이다. 뇌물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는 중견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는 “특검이 애초 자신한 것 보다는 많이 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최씨간의 뇌물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법조계 중론이다. 기업 형사사건을 많이 다뤄온 대형로펌의 한 중견 변호사는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 지 재판기록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죄 가능성 제기에 반박이 조심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법논리만으로도 ‘직접 증거는 하나도 없고 추측과 정황 뿐’이라는 삼성 측 주장은 충분히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이 변호사는 ”뇌물죄의 특징은 은밀함이다. 다시 말해 둘 밖에 모르는 범죄다. 그런 뇌물죄의 유죄판단은 정황증거와 간접증거의 종합적 판단으로 가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보통의 뇌물사건이 뇌물을 준 공여자는 자백을 하고 받은 사람은 부인하는 형태라면 이번 사건은 주고 받은 사람이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판단의 법리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확하지만 최근 한명숙 사건이나 이완구·홍준표 사건 등 뇌물사건에서는 부정한 청탁과 금품의 전달, 그 둘 사이의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간접적, 정황적 증거가 인정되면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인 부패사건을 많이 다뤄온 한 중견 변호사는 “지금 나온 간접증거들만 쌓아놓고 봐도 여러 개의 직접증거가 나온 것 못지않다. 뇌물죄만 보면 일부무죄는 가능성이 있지만 전부무죄의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가 부정됐기 때문에 뇌물죄 구성이 어렵다는 삼성 측 논리에 대해서는 “두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고, 법리적인 판단도 아주 다르다. 의미가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특검팀은 말을 아꼈다. 재판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사건을 맡고 있는 한 특검팀 검사는 “그런 소문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삼성 측에서는 당연한 주장이다.그러나 특검팀은 신경쓰지 않고 일체 대응하지도 않는다. 지금 까지 나온 진술과 증거만으로도 우리는 유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검 핵심 관계자 역시 “무죄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절대로 무죄가 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도 현혹되지 마시길 바란다. (무죄가 난다면) 간신히 안정되어 가고 있는 나라가 크게 흔들릴 것이다. 그만큼 재판부도 증거를 가볍거나 쉽게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8일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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