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사회 전분야를 막론하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내용이 발표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정권에서 제시해왔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사라지고,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키워드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는 거대한 실험 과제를 던진 정부가 우리 경제의 이정표를 다시 쓰는 또 다른 실험에 나서고 있다.
참여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MB정부는 '7·4·7'(7% 경제성장률·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강국), 박근혜정부는 '4·7·4'(4% 잠재성장률·고용률 70% 달성·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경제정책 분야의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 실현하겠다던 국민소득 과제를 2006년 조기 달성했지만 인위적인 환율정책 덕분이었다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MB정부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의 악화로 재임기간 평균 실질 경제성장률이 2.98%에 머물렀다. 임기를 다 하지 못 한 박근혜정부는 '2·6·2'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과거처럼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집착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읽히고 있다. 최근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과도한 목표치를 잡고 무리하게 성장정책을 추구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7·4·7처럼 구체적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다. 기존처럼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성장 중심으로 가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착한 성장'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지금 중요한 것은 양극화와 저성장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라는 시대적 환경을 감안하지 않고 기존 재정정책대로 추구할 수는 없다. 2%대 후반의 성장률로도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착한 성장의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기조 변화에 반응은 엇갈린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모로가도 서울로만 간다는 생각은 더 이상 안 하겠다. 서울로 가되 제대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으로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 교수는 "내부적으로야 경기를 판단하기 위한 성장률 전망치와 목표치가 있겠지만 이를 공약으로 발표하게 되면 수치에 얽매이면서 결국 총량을 달성하기 위한 성장 정책을 급하게 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신 '최저임금 1만원' 같은 정책목표를 통해 국민들의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교수는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이 추정, 발표한 2016~2020년 기간 중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8~2.9% 수준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로 보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기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 올려보겠다'하는 정책을 낼 만도 한데,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면면을 보면 금융이나 거시적인 성장보다는 미시적인 분배에 집중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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