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연초부터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은 1.1%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고 있고, 안에서는 새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는 5년 넘게 이어지던 '박스피' 장세에서 탈출한 것도 모자라, '사상 최고' 코스피 지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우며 출범한 새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공격적인 재정정책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인상 추진 등으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한국은행 등 국내외 주요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거나, 올릴 것으로 예고하면서 한국 경제에 오래간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주식시장의 폭락과 반등 시점을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었던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보이는 것보다 좋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경기 상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을 지나온 세계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6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국내 경기상황은 어떻게 평가하나.
기대와 실물 간 괴리가 많다고 생각한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11.1로 2011년 이후 최고치였다. 수출도 아직 괜찮은 편인데 최근 발표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전산업생산은 4, 5월에 오히려 감소했고, 5월 제조업 가동률은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졌던 2009년 74%보다 낮은 71%로 나타났다. 물건이 안 팔리니까 기업들이 생산과 가동을 줄인 것이다. 재고도 쌓이고 있다. 사실 경기는 가계보다 기업이 더 잘 아는데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5월에 많이 오른 뒤 6월에 조금 꺾였다. 실제 지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기대심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초부터 호조를 보인 수출과 달리 내수부문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근본적 원인과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는 가계부채, 인구고령화가 문제다. 또 다른 문제로는 1997년, 2008년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총소득 중 기업의 몫은 16%에서 25%로 늘고, 가계의 몫은 71%에서 62%로 줄었다. 가계가 가난해지면서 소비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임금, 고용, 투자를 늘리거나 배당을 더 주면서 기업소득을 가계로 이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임금은 하방경직성이 있어서 기업들이 잘 안 올린다. 결국 배당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2007년, 2008년에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큰 잘못을 했다. 은행이 수익원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저축성예금을 주식형 펀드로 많이 돌렸다. 2008년 8월에 주식형 펀드를 144조원까지 모았는데, 그해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지금은 그 규모가 68조원으로 줄었다. 펀드에 가입했던 가계들이 크게 실망하면서 배당투자도 마저 안 하고 있다. 가계는 노동공급주체이면서, 기업이 생산한 물건을 사는 수요자이기도 하다. 기업소득이 가계로 이전되면서 소비가 늘어야 하는데, 다 막히면서 서서히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한 주류경제학자 출신 야당 의원은 소득주도성장론 대해 '정치는 예술이고, 정책은 과학인데 정책이 예술을 넘어 마술이 되려 한다. 검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방향은 맞다. 더욱이 재정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고, 여력도 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통계를 보면 작년 3분기부터 기업이 자금잉여주체로 전환됐다. 기업이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 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쪽이 잉여가 되면 어디선가는 마이너스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해외직접투자, 증권투자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일본도 1998년에 기업이 자금잉여주체로 전환된 후 정부가 돈을 많이 썼다.
문제는 생산성이 높은 곳에 돈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몇 명 살지도 않는 섬에 접안시설을 만들면서 엄청난 돈을 썼는데 생산성이 없으니 경제도 못 살리고, GDP 대비 정부부채는 250%까지 늘었다. 안산에 있는 창업사관학교라는 곳에서 강의를 몇 번 한 적 있다. 한 친구가 손톱에 윤기를 내는 제품을 만들어 프랑스에 수출도 하고, 기업설명회도 갖고 하는데 돈이 부족하니 사업을 못 펴나간다.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돈을 써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임금, 고용, 배당을 높이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고안했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다. 기업들의 호응도 중요하다.
기업들이 갖고 있는 현금자산이 거의 550조원 규모다. 기업들도 여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은 재무적 가치도 있지만, 사회적 가치 창출도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서서히 그렇게 가야 한다. 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은 아니지만 삼구아이앤씨라는 청소용역회사는 1만명이 넘는 직원을 다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경제학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극대화이고, 이 원칙이 없으면 경제이론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론에서 벗어나있는 회사가 있는 것이다. 이런 회사들을 보면서 기업이 과연 이익을 그렇게 많이 내야 하는가, 적당한 이익을 내서 나눠 갖는 것은 어떤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빌 게이츠가 로봇세를 도입하자고 하는데 결국 시간의 문제이지 더 많은 일을 로봇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제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실제로 그런 시대가 오리라고도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나중에는 쓸모없다, 인문학 공부해라'하기도 한다. (웃음)
-내수진작 효과 등을 감안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조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여전히 유효한지, 또 필요한 거시경제적 여건은.
빨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도체가 이보다 더 좋아지기는 어렵고, 그동안 유가상승으로 반도체와 석유류 제품 단가가 오르면서 수출이 잘 됐는데 중국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유가도 많이 떨어지리라고 본다. 내수는 안 좋고, 수출만 회복되던 상태에서 하반기부터 수출이 꺾이면 경제는 더 어려워진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단기적으로라도 내수부양을 하자는 것이다.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도 상당히 있고, 기업들 가격표도 바꾸면서 돈이 돌 게 된다. 부산은행, 경남은행이 합병하면서 간판 바꾸는 비용으로 120억원을 썼는데 지역 광고회사들에게는 수익이 된다. '가난한 나라만 하더라', '인위적 조정이 아닌 산업경쟁력을 키워 원화가치를 올려야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산업경쟁력은 갈수록 밀리고 있다. 모택동이 '창문을 열면 파리도 들어오지만 신선한 공기가 더 많이 들어온다'고 한 적이 있는데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게 제 생각이다.
예전에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을 주장했는데, 그때는 물가가 굉장히 불안한 시대였다. 지금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적인 여건은 괜찮다고 본다. 금리는 시간의 문제지 0%로 간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안 빌리면 은행은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채권을 사게 된다. 일본에서도 기업들이 자금잉여주체로 전환되고 은행들이 채권을 사다 보니 금리가 0%로 떨어졌다. 리디노미네이션에 있어 금리는 중립적인 변수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나고 있다. 세계경제에 있어 지난 10년을 정리한다면.
한마디로 '비정상'이었다.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쓰면서, 자산가격을 포함한 모든 경제변수가 비정상적으로 변했다.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올 것이다.
2008년 이후 경제를 보면 부채에 의한 성장이 이뤄졌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위기 전 60%에서 이제 105%까지 올라왔다. 터키, 러시아는 외채가 중국은 기업부채가 크게 늘었다. 2009년 전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중국은 부채를 통한 기업투자를 늘리면서 9~1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중에 이러한 비정상적 변수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오리라고 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른 중국의 명목GDP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07년 98.7%에서 2016년말 166.3%까지 상승. 선진국, 신흥국 평균은 각각 85.1%, 102.1% 수준)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앞으로 10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큰 충격이 한 번 남아있다.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것은 중국의 기업부채 축소다. 1997년 외환위기도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이었다.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용 위에 올라탄 시진핑 주석이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와중에 용은 추락하고 있는 표지를 실은 적이 있다. 시장은 통제할 수 없다.
중국이 과도한 기업부채를 구조조정하게 되면 투자여력이 떨어지게 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2008년과 같은 위기가 다시 한 번 오면서, 전세계경제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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