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운전자본 2년 연속 증가…자동차·디스플레이 유동성 적신호
2017-05-14 16:18:36 2017-05-14 16:27:5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내 제조업의 운전자본이 늘고 있다. 운전자본은 기업이 생산·판매활동에 쓰는 자금으로 적을수록 좋다. 운전자본이 커지면 그만큼 묶이는 돈이 많아 유동성이 악화된다. 글로벌 경쟁 심화 및 수요 둔화 속에 점유율 사수 차원에서 영업비용을 줄이기도 어려워 악순환이 우려된다.
 
14일 <뉴스토마토>가 국내 업종별 주요 제조기업들을 대상으로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추이를 조사한 결과, 20개 조사대상 기업의 지난해 운전자본은 전년 대비 평균 111.4% 증가했다. 2015년 95.8%에 이어 큰 폭의 증가율이 지속됐다.
 
전자업종은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눈에 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운전자본이 12.8%, LG디스플레이는 18.6% 올랐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매출채권(외상으로 판매)이 늘었다. 중국 등과의 경쟁 심화 양상을 고려하면 경쟁사들을 밀어내기 위해 외상거래 부담을 감수한 듯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2015년에도 운전자본이 31.3% 증가했다. 반도체 전문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운전자본이 21.8% 올랐다. 매출채권이 늘고 매입채무(외상으로 매입)는 줄어 거래처 협상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8% 늘어났던 운전자본을 지난해 4.4% 줄이는데 성공했다. LG전자는 2년 연속 운전자본이 줄었다. 양사는 재고자산이 늘었을 때 매입채무를 늘리는 등 탄력적인 영업전략으로 부담을 줄이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2015년 운전자본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양호한 흐름이다. 삼성SDI는 2015년 운전자본이 마이너스였다. 덕분에 영업적자에도 영업활동현금은 흑자였다. 그 해 매입채무를 67.9% 늘려 협력사들에 부담이 전가됐을 수 있다.
 
자동차업종의 운전자본도 급증하는 추세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약 60%, 지난해에도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매년 재고가 늘어 판매 부진 탓으로 보인다. 점유율 방어를 위해 매출채권을 줄이지도 못하는 처지다.
 
정유업종도 재고자산이 늘어 운전자본이 커졌지만 상황은 사뭇 다르다. 정유제품은 오래 둬도 진부화되지 않아 재고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략적 운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반등하자 수익성 극대화 차원에서 재고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 4사는 지난해 모두 실적이 좋았다.
 
SK이노베이션은 매입채무를 늘려 유일하게 운전자본을 2.5% 줄였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을 함께 늘려 운전자본이 108.1%나 폭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경쟁사 대비 스폿 거래 물량이 많은 편으로 시황에 따라 매우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친다. 이를 통해 경쟁 3사가 모두 영업적자를 본 2014년에도 홀로 흑자에 성공했다.
 
화학사들도 시황 호조로 득을 봤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재고와 함께 외상판매를 늘려 시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대신 운전자본이 늘어난 탓에 LG화학은 현금 유입이 줄었다. 이익 개선 폭이 컸던 롯데케미칼도 현금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운전자본이 39.7% 줄었다. 원재료를 직접 생산하는 양사와 달리 계열사로부터 구매하는 사업구조상 차이가 있다.
 
구조조정 중인 철강업계는 운전자본도 ‘짠물관리’ 중이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3사 모두 최근 2년간 운전자본이 감소세다. 업종 특성상 건당 거래금액이 커 외상판매 비중이 높은 데다, 공공재의 성격이 강해 매출채권 회수가 쉽지 않다. 이에 철강사들은 매출채권을 줄이고자 힘써왔으며, 판매량 증대를 위해 매출채권 증가가 불가피할 때는 매입채무를 늘려 운전자본을 줄였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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