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모바일의 대중화로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상시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가 부상했지만 재계는 여전히 수동적이다.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 도입 이외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이조차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다. 반면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 도입에는 적극적이다. 상반되는 두 가지 현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람(노동자)의 부재'다.
1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SK·LG·포스코·LS 등 주요 그룹들은 제조업 공정에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위해 애쓰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란 생산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차세대 공장이다. 생산과 관련된 실시간 정보를 얻고 분석해 생산 최적화를 구현, 원가와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 대신, 공정이 모두 자동화되면서 일자리의 축소를 가져온다.
포스코는 지난달 30일 그룹의 핵심 성장전략 중 하나로 스마트팩토리를 선정했다. 이를 위한 자체 데이터센터를 포항과 광양에 건설할 계획이며, 최소 1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LG전자도 LG CNS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나섰으며, LS산전은 이미 청주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삼성과 한화 등도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한창이다. 저비용 물량공세로 추격해오는 신흥 제조기업들을 따돌림과 동시에 고품질, 고효율을 담보할 수 있어 이 같은 움직임은 산업계 전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근무형태는 여전히 스마트하지 않다. 모바일의 등장과 개선으로 2012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스마트워크는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기기를 통해 업무할 수 있도록 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은 기존 사업장 근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눈 앞에 두고 지시를 내리며, 근무 확인을 해야 하는 관행 탓이다. 오히려 근로시간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퇴근 후에도 스마트기기를 통해 업무를 봐야 하는 노동자들만 늘고 있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2402명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70.3%가 업무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주요 그룹들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것 외에는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가 편의에 따라 출·퇴근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로, 이조차 일부 대기업 얘기다. 스마트워크의 단점을 개선한 곳은 LG유플러스 정도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는 오후 6시30분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 업무용 PC 접속을 차단하는 'PC 오프' 제도를 도입했다. 평일 오후 10시 이후와 휴일에는 업무를 이유로 연락을 금지했다. 이를 상습적으로 위반한 상급자에 대해서 보직해임시킨다는 지침도 마련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오전 경총회관에서 '독일의 노동 4.0 논의와 과제' 포럼을 열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전략실장은 "노사가 합의해 업무시간 외 스마트기기를 통한 업무를 어떻게 보상할지 기준을 마련하거나, 스마트기기로 연락을 해선 안되는 시간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랄라랩 대표가 위콘을 이용한 스마트팩토리 '웜팩토리' 솔루션을 임덕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장에게 시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울라라랩 강학주 대표, 카비 손승수 대표, 임덕래 경기센터장, CVT 이우균 대표. 사진/KT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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