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삼성 계열사에 잇달아 노조가 설립되면서 무노조 경영 원칙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계열사 58곳(지난해말 기준) 중 7곳에 노조가 설립됐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때부터 원칙으로 삼은 무노조 경영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넘어오면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삼성은 이미 무노조 체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노사협의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삼성의 노사관계가 잇단 노조 설립으로 변화를 겪을지 주목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는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삼성웰스토리 본사 앞에서 노조 설립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회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노조가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며 노조 설립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구내식당과 푸드코트 등 근무환경 개선에 집중하며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유도한다.
이로써 노조가 설립된 삼성 계열사는 총 7곳으로 늘었다. 삼성웰스토리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다. 이들 모두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이다. 삼성물산은 복수노조로, 한국노총 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갖고 있다. 삼성에 인수되기 전부터 노조가 있었던 삼성증권(옛 국제증권)과 삼성생명(옛 동방생명)을 제외하고, 계열사에서 노조가 설립된 배경은 구조조정과 처우에 대한 불만이다.
무엇보다 재계 1위의 삼성맨이라는 자부심과 안정감이 흔들리게 되면서 노조 설립을 유인했다. 2014년에는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등 계열사 4곳이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으로 고용안정과 매각 위로금을 요구하며 노조가 설립됐다. 삼성의 무노조 원칙을 깨는데 매각 이슈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게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털 카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직원들끼리 익명으로 불만을 공유하면서 노조 설립을 하기 용이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노조는 관광서비스노련의 에버랜드노조(현 삼성물산)가 유일하다. 강성의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은 회사와 교섭조차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단체협약은 협력업체 사용자들과 체결됐다.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와 교섭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지부는 노조 간부조차 신분을 숨긴 채 활동한다. 협소한 조합원 수도 한계로 지목된다. 조합원을 늘리기 위해 나름 홍보를 하지만 직원들이 노조 활동을 극도로 꺼려 성과가 없다. 김호신 에버랜드노조위원장은 "수년째 노조 활동을 하지만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걸 꺼려 조합원수가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일단 합법적인 노조 활동은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웰스토리와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전한 노사관계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가 부담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회사의 영업 비밀이 새나갈 수도 있고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2014년 삼성SDI 울산지회가 설립된 이후 지난해 3월과 8월 울산사업장과 천안사업장에서 노사협의회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전례도 있다. 무엇보다 총수일가 등 최고 수뇌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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