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10대그룹 기부금이 지난해 5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으로 촉발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
3일 재벌닷컴이 10대그룹 상장사가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기부금 규모를 산출한 결과, 지난해 총 9748억원이 기부됐다. 이들 상장사의 연간 순이익 2.6%에 해당되는 비중으로, 전년(1조256억원)보다 508억원(5.2%) 줄어들었다. 기부금은 영업외비용으로 분류돼 순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이 470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는 1053억원을 기부했다. 다만, 삼성은 전년 대비 11.7%, 현대차는 6.2% 줄어들었다. 롯데와 포스코의 연간 기부액은 각각 507억원과 307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9%, 30.8% 크게 감소했다. 한진 역시 전년보다 44.2% 급감한 152억원에 그쳤다. 한진의 감소폭은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컸다. GS는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적은 71억원을 기부했다. 이조차 전년보다 8.2% 줄었다.
반면 SK, LG, 한화, 현대중공업 등 4곳의 기부금은 늘었다. SK 기부금은 19.7% 늘어난 1727억원으로, 삼성 다음으로 많았다. LG도 50.6% 크게 늘어난 777억원을 기부했다. 236억원을 기부한 한화는 10대그룹 가운데 증가폭(57.0%)이 가장 컸다. 현대중공업은 업황 침체에도 불구, 25.6% 늘린 151억원을 냈다.
경기 불황이 기업들의 지출을 움츠러들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30대그룹은 지난해 재무사정을 이유로 2만명 가까이 감원했다. 재계 1위 삼성에서만 1만3000여명이 짐을 싸야 했다. 실적 부진이 깊어지자 계열사 가릴 것 없이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사업부 매각 등 구조조정도 단행됐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기부금도 예외일 수 없었다.
최순실 사태도 한몫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10억원 이상 모든 후원금은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그 내용은 외부에 공시하도록 하는 등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후원금 등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심의회의도 신설했다. 이는 비단 삼성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기부금 제공 등에 있어 과거보다 엄격한 심의절차와 기준을 적용하며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들 기부를 주도했다. 세월호 참사나 홍수 피해 때에도 전경련이 그룹들로부터 돈을 걷었다. 매출을 기준으로 기부액을 제시하면 기업들이 따랐다”며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창구로 지목되면서 기부 방향이 크게 바뀌게 됐다. 출연금을 놓고 서로 눈치보기로 일관할 수밖에 없게 됐고, 이조차 괜한 오해를 살까 두번, 세번 살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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