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문재인이 중량감 있고 이재명도 시원시원하지만, 갑자기 안희정이 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정치는 안정과 협치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누가 되도 또 진영논리로 대립하고 지긋지긋하게 싸울텐데, 안희정이 하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86세대 운동권 출신 대기업 임원)
"사실 공무원들은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가장 합리적인 정부였고 일하기 가장 좋았다는 걸 다 안다. 그러나 국정운영이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과 그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그때 그 사람들이고 어딘가 미숙하고 독선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반면 안희정은 두 번의 충남 도지사 임기 동안 안정되고 조화로운 도정운영 능력을 보여줬다."(50대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
"창피해서 못살겠다. 내 주변 사람들 다 그렇다. 반기문 사무총장을 잔뜩 기대했는데 그렇게 허접할 줄 몰랐다. 그런데 안희정은 좀 어떤가. 하는 말마다 귀가 솔깃해진다."(새누리당 서울지역 지구당 60대 여성간부)
안희정 돌풍이 심상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대선 판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은 ‘대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을 꺾고 2위 자리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문재인이 아니면 정권교체가 안된다는 '문재인 대세론'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중도·보수층의 지지율 상승이 뚜렷하다. 소위 ‘대연정론’으로 표현되는 사회통합과 여야협치론이 안 지사의 무기다. 노무현의 왼팔이자 분신으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을 인물 경쟁력으로 극복하고 뛰어 넘는다는 것이 안 지사의 각오다.
"문재인의 약점이 곧 안희정의 강점"
리얼미터가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1.2%로 13.0%에 그친 2위 안 지사를 여유있게 제쳤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위 홈페이지 참조)
그렇지만 불과 1주 전 안 지사의 지지율은 6.8%로 이재명 성남시장(9.6%)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8.5%)에 밀린 4위에 불과했다. 1주일 만에 지지율이 6.2% 상승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28.4%에서 2.8%포인트 상승에 그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특히 민주당의 취약지점인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지역에서 크게 상승했다. 문 전 대표의 지역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PK는 4.0%에서 13.2%로 9.2% 포인트 상승했다. 보수세력의 본진 TK에서는 4.3%에서 10.7%로 올랐다. 연령별로는 30대(4.7%→15.3%)와 50대(7.8%→14.2%)에서 약진했다. 이념 계층에서는 중도층이 7.8%에서 16.9%로 9.1% 포인트 상승했고, 보수층에서도 4.3%에서 10.6%로 6.3% 포인트 상승을 기록해 안 지사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한 문 전 대표와 비교되는 안 지사의 '확장성'에 주목한다. 안 지사는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등에 대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내놓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도 인정해야 한다는 태도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에 '경기' 수준의 공포감을 드러내는 보수층 입장에서는 ‘말이 통하는 후보’인 셈이다.
'대연정론' 논란, 위기이자 기회
당내 경선 라이벌인 문 전 대표 측과 이재명 시장 측은 안 지사의 돌풍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안 지사가 거의 우리 턱밑까지 쫓아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 내부에서 했었다”며 “지지층 상당수가 겹친다. 또 충청권이라는 지역기반도 있다”고 했다.
최근 안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분열이 심화된 정치권에 대연정론을 제기해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섰다. 안희정 캠프 관계자는 대연정론이 후보의 소신이라면서 “20대 총선이 야권의 승리로 끝났지만 누리과정 예산 등 쟁점법안들을 제대로 처리 못하고 있다. 원내4당 체제에서 차기 정권은 무조건 야소야대다. 여야협력 없이 개혁은커녕 국정운영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대연정론은 안 지사의 대권가도에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극심하게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기 위해 미래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는 보수진영에 충분한 어필이 가능한 부분이다.
또 대연정론 논란이 계속될수록 안 지사의 언론 노출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안 지사는 대중에 알려지는 기회를 얻게된다. 여기에 연정론은 노 전 대통령이 한 때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이기에 논란이 거듭될수록 야권 내 ‘친노적자’ 이미지가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해 그 한계를 극복한다는 의미부여 역시 가능하다.
그러나 상당수의 야권 지지층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을 정치적으로 사면하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간의 적폐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산 없이, 확실한 야권의 승리가 결정된 것도 아닌데 화해의 손부터 내미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다.
특히 대선에 앞서 민주당 경선부터 승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득이 되진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지지율이 하락세인 이재명 시장이 대연정론에 연일 거센 공격을 하는 것도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이 시장측 제윤경 의원은 이날 "경선에 매몰되어 탄핵을 등한시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연정도 분노지만 공짜밥이 더 분노스럽다. 안 지사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최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탄핵 촛불 민심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안 지사에게는 악재다. 안 지사측은 이에 대해 "박 대통령 탄핵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연정을 하자는 것이지 새누리당과 손을 잡자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세론 꺾을 안희정의 필승전략?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은 ‘완전국민경선제’다.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도 경선에 참여할 수 있고 당원의 표에 가중치도 부여되지 않는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한 후보가 과반 득표율에 못 미칠 경우, 1위와 2위 후보자가 결선투표를 하는 ‘결선투표제’도 적용된다.
외연확장성이 높은 안 지사 입장에서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만한 경선 룰이다. 또 문 전 대표와 상당수 지지층이 겹친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누가 후보로 나가도 정권교체가 확실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안 지사와 문 전 대표가 1대1 토론을 거쳐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를 본다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대연정론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야권 지지층에 얼마만큼 설득하고 이해시킬지가 안희정 돌풍의 지속여부 가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진영에서 문 전 대표에 문제제기하는 '불안과 분열' 이미지와 차별화되는 '안정과 통합'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것 역시 안 지사 측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 대선관련 복지국가 대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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