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정부와 정치권이 가계부채 급증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점검한다는 데 뜻을 모았지만 '점검'의 의미를 두고 해석을 달리하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열린 여·야·정 협의체 합의사항으로 발표된 'LTV·DTI 제도 점검'건에 대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위험하지 않은지 점검하는 것으로 LTV, DTI 규제 합리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재점검하는 취지이며 방향성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LTV는 담보가치 대비 채무금액 비율을, DTI는 소득 대비 채무금액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채무자의 부채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당시였던 2014년 금융기관에 따라 40~60% 수준으로 유지되던 LTV를 70%로, 지역에 따라 50~60% 수준으로 유지되던 DTI를 60%(수도권 기준)까지 완화하는 '주택금융규제 합리화' 방침이 발표됐고 현재도 시장에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
규제완화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이 맞물리며 2015년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조를 나타냈고 개별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이 크게 늘었다. 2012년 5.2%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3년 5.7%, 2014년 6.5%를 기록한 데 이어 2015년(10.9%) 10%대 증가율을 보였고, 지난해(3분기말 기준)에는 전년동기대비 11.2%(92조7000억원) 늘어나는 등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LTV·DTI 규제 완화 당시부터 '빚내서 집사라'라는 말과 다름없다며 대출 한도 비율을 2014년 8월 조치 이전으로 환원할 것을 줄곧 요구해왔다.
실제로 여야정 협의체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점검' 수준을 넘어 '제도 개선'를 요구했고, 금융위에서 '지금이 정상 수준'이라며 맞서면서 최종적으로 'LTV·DTI 제도를 적극 점검한다'는 선에서 발표문 문구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의 전 "통계청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가계소득은 2.4% 증가했는데 가계부채는 6.4% 늘어났다. 가장 큰 원인이 주택 구입 등 부동산 부분에서 나타났는데 이런 면에서 LTV, DTI 등 문제를 점검할 타이밍"이라고 했던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의장 역시 '당장 규제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은 과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며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는 자유론자 입장에서 정부가 DTI나 LTV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를 옥죄는 거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예의주시한다 정도의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여·야 4당은 9일 실무단위 협상체인 원내수석 간 회동을 열고 가계부채 문제를 포함한 정책협의체 합의 내용을 진전시켜나가기로 했다.
다만 비은행 부문의 지표 확인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난달 KB국민 등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1808억원)이 전월 증가액(3조1633억원)에 한참 못 미치고, 2012년 이후 주택시장이 공급우위 구조로 유지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정치권에서 시작된 'LTV·DTI 정상화' 신호가 시장에 줄 수 있는 충격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악재'가 또 하나 추가됐다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라 가계대출자들의 부채상환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 센터장은 "개인적으로 조금씩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지금 가계부채 증가세가 줄었고, 주택가격이 떨어지지도 않고 또 막 오른 것도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강한 조치가 나오는 것은 조금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상황에서는 미세조정을 잘 해나가는 게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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