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그동안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박근혜표 금융개혁은 동력을 잃게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대통령 탄핵으로 박근혜표 정책들이 대수술 또는 폐기 수순에 놓였기 때문이다.
경제사령탑은 사실상 경질됐던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계속 맡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위원장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오는 내년 초까지 금융당국 수장의 거취는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더라도 현 정부 들어 추진된 금융정책들은 상당부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융정책은 시장 안정 등 현상 유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정치리스크 등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사라졌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탄핵 정국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 안정 점검 및 대응책 마련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등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위험 요소들에 대한 관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부터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가계부채 대책 및 후속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경제정책을 경기부양에 맞춰오다가 뒤늦게 리스크 관리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4대 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인 금융개혁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금융개혁 정책은 성과연봉제 확대다.
성과연봉제 확대는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도 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박근혜표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비판을 받아온 정책이다. 민간 은행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금융공기업 도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집무가 정지되면서 꼬여버린 금융공기업 사장 인선 과정도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높아졌다. 금융권에선 연말 연초 기업은행장(12월27일)과 기술보증기금 이사장(1월13일)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이들 후임 CEO에 대한 검증작업과 공모가 진행중이지만,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서 후임자 임명에 대한 기약을 알 수 없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현상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내각 교체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인사라인이 제대로 작동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사실상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당분간 현재처럼 금융위원회를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1월2일 박 대통령은 임 위원장을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 현안 때문에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표류돼 왔다.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 경제부총리로 가더라도 길어야 3~4개월 시한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며 "내년 초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이 결정되면 조기 대선을 치룰텐데 누가 경제부총리를 맡으려고 하겠나"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임 위원장의 경제부총리 내정에 대해 "합당한지는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임 위원장에 대한 청문회라도 진행하자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거세 무산된 바 있다. 국민의당 일부에서 임 위원장에 대한 원포인트 청문회를 주장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오는 12일 회동을 갖고 임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여부 등 경제부총리 인사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야당 일부에서는 호남 출신인 임 위원장을 밀어주려고 하지만 임 위원장이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임 위원장도 국회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총리행은 마음을 접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가운데)은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진웅섭 금감원장(오른쪽),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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