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외신들이 한국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한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의 큰 이슈는 외신에서도 톱이슈로 다뤄지곤 한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자랑스러운 이슈가 외신에 오르며 뿌듯할 때도 있지만 때론 다루지 않았으면 하는 부끄러운 치부도 외신의 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외신은 자국민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는 만큼 같은 이슈도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가 많으며 때론 더욱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같은 이슈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길 희망하며 다양한 국내 이슈들을 외신을 통해 들여다본다.
시간이 지나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스캔들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신들 역시 관련 기사를 계속해서 관심있게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사태 장기화로 인해 한국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내비치는 외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제와 관련한 우려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CNN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 거리 시위"
CNN뉴스, USA투데이, BBC뉴스 등 유명 외신들은 지난 26일에 열렸던 제5차 촛불 집회에 대해서도 또 다시 자세히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5주 연속 서울 도심에서 시위가 열렸다고 전하며 대략 100만명의 참가자들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인원수 집계가 어려운 만큼 사실상 100만명을 훌쩍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CNN은 2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전하며 한국이 작은 나라임을 고려할때 매우 큰 숫자였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1980년 이후 한국에서 열린 가장 큰 규모의 시위였다고 보도했으며 뉴욕타임스(NYT)는 평화적이고 축제같은 분위기에서 시위가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5주씩 시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사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외신들은 한국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면서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CNN은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중 하나인 한국이 이번 스캔들로 주요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FT "한국 복합적 위기 직면"
특히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통령,무당, 스캔들 대한민국을 지배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FT는 4년전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들을 개혁할 것이라는 공약으로 당선됐지만 이러한 재벌들에게 수많은 돈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이 됐다며 이 스캔들로 한국이 그야말로 마비됐다는 문단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또한 이 스캔들이 펼쳐질 수록 계속해서 정직하지 못한 컨넥션들이 밝혀지며 사태가 악화되고 있고 전했다. 또한 FT는 마치 'Saga'(대하소설)과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 6명중 5명은 비스한 스캔들에 연류된 경험이 있지만, 이번 스캔들은 스케일이 달라 한국이 compounded crisis,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특히 FT는 복합 위기 중 경제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FT는 현재 세계 11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 경제가 지난 3분기 2.7% 성장에 그치며 직전 분기보다 둔화됐다면서 최근 조선과 같은 핵심 산업들이 구조조정으로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스캔들은 더 많은 고통을 수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하는 수출 경기가 부진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9월에 5.9% 감소한 수출이 10월에도 3.2% 감소했다면서 특히 한국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이 최근 자국 무역 보호주의 입장을 나타내면서 한국 경제에 더욱 큰 부담을 주고 있따는 지적이다. 아울러 FT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올해 중반 기준으로 1조1500억달러를 기록해 세계 8위 수준이라면서 이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소비자신뢰지수도 하락하며 경제 우려 고조"
FT뿐 아니라 많은 외신들이 이번 스캔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한국 소비자신뢰지수 함께 하락'이라는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대로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떨어지는 것은 이뿐 만이 아니라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11월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7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현 정부가 정책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마비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소비자신뢰지수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경제를 가진 한국이 이미 저성장과 가계부채로 시름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자신감 역시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엎친데 덮친격, OECD 한국 성장률 하향 조정
이런 가운데 28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올해 성장률은 2.7%로 유지했지만 2017년의 경우 3%에서 0.4%포인트 낮춘 2.6%로 성장률을 내렸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 지출 증가세가 올해보다 줄어들며 재정지출 감소가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 외에도 글로벌 교역 회복 지연 가능성, 휴대폰 산업 관련 문제, 구조조정, 김영란법, 그리고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꼽혔다. OECD 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한국의 성장률을 낮게 보고 있는 상태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OECD보다 더 낮은 2.3%로, HSBC 역시 2.4%로 사실상 2% 초반으로 전망했다.
로이터 "11월 수출 개선될 수도"
다만 비관적 전망 가운데서도 로이터통신은 11월 수출의 경우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8~10월 내내 부진했던 수출이 11월에는 1.2% 증가세로 전환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입 역시 10월의 4.8% 감소에서 2.9% 증가로 전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 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글로벌 무역 상황이 상반기보다는 조금 개선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1월 수출의 증가세 전환에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따른 미국 자국 보호주의 무역 등 여러가지 불확실성은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분석이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