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을 육성하기 위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 완화 법안이 이번 주 국회 상임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이 비금융회사들이 인터넷은행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은산분리를 완화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대주주 사금고화 방지를 두고 은행법 개정과 특례법으로 방법론상 맞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제조물책임법이나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촉발된 외부감사법, 거래소 체재 개편을 위한 자본시장법 등 비중 있는 경제·금융 법안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 인터넷은행 논의가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6일 전체회의, 17일부터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20대 국회 개원 후 제출된 법안들을 심사한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도 심사 대상이다.
(관련기사:☞인터넷은행, '특별법 추진' 돌출 변수)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이달초 비금융회사의 인터넷은행 의결권 주식 보유를 34%까지 완화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발의했다. 정 의원의 법안은 지분 한도 완화를 2019년 12월31일까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적용하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은산분리 원칙의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부분이다.
정재호 의원실 관계자는 "주요 사항들을 결정하기 위해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를 추진할 수 있는데, 상법상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33% 이상의 지분이 필요하다"며 "마지노선 33%에 1%포인트를 더한 34%로 은행지분 보유제한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는 2019년 말까지 시스템 구축 시간 등을 감안하면 현재 2곳(KT뱅크·카카오뱅크)을 포함해 최대 4곳이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를 적용하고 추후 적용 여부는 2019년 이후 재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도 지난 11일 비금융회사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늘리는 특례법을 발의했다. 특히 인터넷은행이 인가요건을 유지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심사해 자격 미달인 경우 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대주주에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사금고화 방지 기능을 담았다.
이들 두 야당 의원실에서 특례법 형태로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안을 낸 것은, 은산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은행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것은 대주주의 사금고화 논란에 막혀 있으니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우회하자는 것이다.
당초 여야 의원이 공동으로 특례법을 제정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당은 기존에 추진했던 은행법 개정안에 주력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현재 국회에는 강석진·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두 법안 모두 인터넷은행에 한해 비금융회사가 의결권 있는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은산분리 50% 완화를 끝까지 고집하지 않는다면 야당에서 내놓은 34% 완화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며 "결국 비율 문제가 쟁점인데 상정이 될지는 막판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특례법 제정 움직임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9대에서 논의 자체를 하지 못했지만 20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에서 다양한 발상의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 쟁점 법안들이 산적해 있어 은산분리 완화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법안도 있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우선순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다"며 "이번에 상정되지 못하면 법안이 자동 폐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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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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