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싱어 엘리엇 회장. 사진/뉴스1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월가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번엔 삼성을 유혹할 카드를 내밀었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을 제공하는 대신 배당과 경영 개입 등 당근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분 승계 과정의 상속세 이슈와 경제민주화법 등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최종 종착지 앞에서 답보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마냥 물리치기엔 아까운 제안이다.
이번 엘리엇의 돌발 제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과거 공격적인 태도와는 다르다. 주고 받겠다는 거래다. 엘리엇의 계열사인 블레이크 캐피탈과 포터 캐피탈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진에 삼성전자의 분사와 주주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지주사를 다시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을 제안했다. 삼성 역시 검토해왔던 방안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지분 승계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해법으로도 꼽힌다. 주주총회 과정에서 외국계 지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엘리엇 측은 서신에서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삼성그룹의 기업구조 및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자사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설득했다. 이번 제안으로 “창업주 가족의 지배 지분을 유지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엘리엇이 얻고자 하는 것도 구체화했다. 30조원에 이르는 주주 대상 특별 현금배당을 촉구했다. 또 향후 잉여 현금흐름의 75%를 주주들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삼성전자 분할 사업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최소 3인의 독립적인 이사를 추가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엘리엇의 두 개 펀드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62%다. 나스닥 상장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접근성이 높아지면 지분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엘리엇이 추천한 이사가 수용되면 경영에 개입할 여지도 커진다.
삼성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 들어 각종 경제민주화법이 발의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시간에 쫓기는 형편이다. 재계는 기존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전환 인센티브 축소 등 경제민주화법 통과 이전에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상승해 지분 일부 처분 없이 상속세 납부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 지주사 전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있다.
주가 부양 효과는 덤이다. 이날 엘리엇의 서신내용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로 치솟았다. 개장 직후 170만원까지 올랐다.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들도 동반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주주의 요구 사항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