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매장에 전시된 LG전자 드럼세탁기. 사진/LG전자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세탁기 반덤핑 분쟁에서 최종 승소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의 반덤핑 조사 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WTO 상소기구는 7일(현지시간) 미국이 2013년 한국산 세탁기에 적용한 반덤핑 관세가 제로잉 적용 방식을 금지한 반덤핑협정 위반이라며 WTO 패널 판정을 그대로 인용했다. 1차 심리의 패널에 이어 2차 심리를 맡은 WTO 상소기구도 우리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미국은 30일 이내에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이행보고를 해야 하며, 합리적 기간 내 판정결과를 이행해야 한다. 합리적 기간은 BSB 승인을 조건으로 관련 회원국이 제의하는 기간, 승인이 없을 경우 권고 및 판정이 채택된 날부터 45일 이내 분쟁 당사자가 상호 합의하는 기간, 양국간 합의가 없을 경우 권고 및 판정이 채택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지속적인 중재를 통해 확정되는 기간으로 정해진다. 패소국이 판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상을 청구하거나 무역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 다만, 한미 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무역보복은 사실상 어렵다.
미국은 제로잉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이용한 덤핑 마진 계산방법으로 반덤핑 규제를 해왔다. 수출가격이 수출국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덤핑 마진을 산정하지만, 내수가격보다 수출가격이 높을 경우에는 마이너스가 아닌 제로로 계산하는 것이 제로잉이다. 미국이 유일하게 사용한다. 제로잉 방식은 덤핑 마진을 높게 산정해 대미 수출국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미 WTO 상소기구는 2004년 미국과 캐나다의 연목 분쟁 사례를 통해 제로잉이 협정 위반이라 판정한 바 있다. 유럽, 일본, 멕시코 등과의 분쟁에서도 패소한 미국은 2006년 12월 제로잉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공표했다. 하지만 이후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 수입 판매된 물량만 대상으로 덤핑마진을 산정하는 표적덤핑 방식을 제로잉과 결합해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WTO 상소기구는 이러한 방식도 반덤핑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정은 2차 세탁기 분쟁에도 도움이 된다. 앞서 월풀은 지난 2011년 12월 한국산 세탁기를 덤핑 제소해 이번 분쟁이 벌어졌으며,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도 덤핑 제소했다. 이에 미 상무부는 올 7월21일 해당 세탁기에 대해 삼성전자 111.09%, LG전자 49.88%의 덤핑마진율을 적용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 또한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결합한 방식이 적용됐다. 현재 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정을 남겨둔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 상무부에 예비판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 승소 사례가 힘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민관이 공동으로 대응, 승소를 이끌어 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덤핑마진율 산정 방식을 바꿔 최종판정을 강행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판정은 미국의 표적덤핑과 제로잉 결합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니 전반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다른 방식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어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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