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내 유보금이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 반면 투자와 고용은 역주행해, 이들 재벌그룹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재계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위기 대응 차원에서 유보금을 쌓아두는 한편, 이마저도 상당 부분은 투자 자산으로 전환돼 경영활동에 쓰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2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6회계연도 개별 반기 보고서에 나타난 10대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은 6월 말 현재 550조원으로 지난해 말(546조4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0.6%) 늘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과 한진을 제외한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 8곳의 유보금이 증가했다. 삼성의 유보금은 21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000억원(1.9%)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등이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그럼에도 삼성의 유보금은 10대그룹 전체의 38.2%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6개월 새 4조9000억원(4.4%) 불어난 117조2000억원의 유보금을 자랑했다. 같은 기간 SK가 4000억원(0.6%) 증가한 62조7000억원으로, 삼성·현대차와 함께 빅3를 형성했다. 이는 재계 순위와도 일치한다. 포스코 47조1000억원, LG 44조6000억원, 롯데 30조6000억원, 현대중공업 14조8000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LG(1.5%), 롯데(2.1%), 한화(5.4%), 현대중공업(4.5%) 등 4개 그룹은 약속이나 한 듯 상반기에만 6000억원씩 유보금을 늘렸다. 반면 한진은 구조조정 여파로 7000억원(22.0%) 줄어든 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별로 보면 6월말 현재 삼성전자가 143조원의 유보금을 보유해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현대차 52조원, 포스코 44조원, 기아차 20조원, 현대모비스 19조원 순이었다. SK하이닉스(18조원), 롯데쇼핑(15조원), 삼성물산(15조원), 현대제철(14조원), SK텔레콤(14조원), 현대중공업(13조원), LG화학(13조원), SK이노베이션(12조원), 삼성생명(11조원) 등도 각각 10조원이 넘는 유보금을 보유 중이다.
한편, 10대그룹 상장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월말 기준 8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3.1% 줄어들었다. 현금성 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3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상품 등을 합친 것으로 현금화가 쉽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이 상반기 4조원(9.0%)이 줄었지만 여전히 10대그룹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0조8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22조원으로 올 상반기에만 3조1000억원(16.4%) 늘었다. LG는 4조3000억원으로 6000억원(16.7%), 현대중공업은 2조9000억원으로 8000억원(42.2%) 증가했다. 반면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함께 검찰수사에 직면한 롯데는 지난해 말 4조2000억원이던 현금성 자산이 6월 말 2조7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36.8%) 급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