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예진 "공감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졌다"
입력 : 2016-06-20 14:06:27 수정 : 2016-06-20 14:06:27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손예진은 청순미의 대명사로 꼽힌다. 머리를 곱게 땋고 나온 드라마 '여름향기'를 시작으로 영화 '클래식''연애소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늘 청순하고 화사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청순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뒀음에도 연기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장르와 캐릭터의 폭을 넓히며 인간 내면에 깊게 숨어있는 감정을 꺼내 표현했다. 드라마 '연애시대'를 시작으로 '상어', 영화 '공범' 등에서 손예진의 얼굴은 깊고 강렬했다. 신작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은 한 발짝 더 나아가 '광기'라는 새로운 표정까지 지어보인다. 이번에도 믿고 볼 만한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비밀은 없다'에서 실종된 딸의 엄마이자 앵커 출신 정치인 남편을 둔 연홍을 연기한 손예진을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파격적인 캐릭터로 관객과 마주하게 될 그는 "'비밀은 없다'를 통해 공감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배우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블록버스터급 감정연기, 쉽지 않았다"
 
영화 '비밀은 없다'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딸의 행방을 찾아가던 엄마가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을 그린다. 야망이 있는 남편을 위해 온 힘으로 내조하는 가운데 딸에 대한 사랑도 각별한 엄마 연홍은 딸을 잃고 나서부터 조금씩 미쳐가기 시작한다.
 
기존 스릴러의 주인공들이 초중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후반부에 폭발하는 형식이라면 연홍은 초중반부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광기에 휩싸인다. 무섭게 화를 냈다가도 웃기도 했다가, 매섭게 냉철해지기도 하고 순진해보일 때도 있다. 손예진은 이 작품에 참여한 계기로 '흥미'라는 단어를 꼽았다.
 
"선택이 쉽지는 않았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굉장히 흥미를 느꼈어요. 이 이야기가 어떤 영상으로 그려질지 궁금했어요. 엄청난 결심을 한 건 아니고 '새롭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의외의 난관은 이경미 감독과 자신이 해석한 캐릭터의 차이였다. 손예진이 화를 내야하는 신에서 다소 냉철하게 화를 내는 것을 생각했다면, 감독은 엄청난 분노를 요구했다. 반대로 손예진이 심하게 화를 내야할 때라고 생각했을 땐 오히려 웃음기를 머금고 화를 내라고 요구했다. 감독과의 차이 때문에 매 신마다 조율이 있었다고 했다.
 
"연홍은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잖아요. 누군가는 블록버스터급 감정연기라고도 하더라고요. 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가 복합적으로 보여야 했어요. 내가 울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감독님은 웃으라고 요구했어요. 매 신마다 조율이 있었죠. 근데 영화를 보니까 이 감독님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스스로 납득해서 나오는 연기는 비슷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감독을 믿고 따르자고 생각해서 연기했어요. 언제부턴가 감독님이 원하는 연홍이 돼 있더라고요. 묘한 희열도 있었어요."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연기할 때 공감이 제일 중요했는데, 좀 자유로워졌어요."
 
기억이 지워지는 여성의 사랑을 그릴 때도('내 머리 속의 지우개'), 남편에게 새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말할 때도('아내가 결혼했다'), 아버지의 살인을 알아차렸을 때도('공범'), 해적이 돼 적과 싸울 때도('해적:바다로 간 산적') 손예진에게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감이었다. 관객이 자신의 캐릭터에 쉽게 이해하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어떤 캐릭터를 맡아 연기를 할 때도 손예진은 철저히 계산된 공감을 캐릭터에 불어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홍을 연기하고 난 뒤에는 조금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관객의 공감이 제가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어요. 내가 연민을 표현하면 관객도 연민을 느꼈으면 했어요. 그게 가장 중요했어요. 하지만 이번 역할에서는 계산하지 않았어요. 관객들에게 공감하게 하고 같이 슬퍼하고 혹은 즐거워하고자 했던 마음이 많이 깨졌어요. 그래서 더 흥미로웠어요.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캐릭터를 보는 시야나 연기에 대한 폭이 조금은 더 넓어진 거 같아요."
 
많은 후배 배우들은 손예진을 두고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뛰어난 미모를 갖췄음에도 광고만 찍는 스타를 넘어 배우로서 정진하고 있는 모습은 많은 후배 연기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롤모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신기하면서도 좋아요. 나이 드는 거 잘 모르는데, 벌써 제가 그런 위치에 있다는 게 신기하긴 해요. 요즘 tvN '디어 마이 프렌드'를 보고 있는데, 저도 그곳에 나오는 선배들처럼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선배님들처럼 되는 게 목표예요."
 
선배들 외에 후배 중 특별히 눈이 가는 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손예진은 오래 생각하지 않고 김소현이라고 밝혔다.
 
"소현이는 영화 '덕혜옹주'에서 제 아역을 맡았어요. 17살인가 그런데 엄청 성숙해요. 감정이 단단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할 것 같아요. 전 그 나이 때 늘 불안하고 흔들리고 그랬는데, 아주 단단하더라고요. 앞으로가 창창해 보이는 후배로 생각해요."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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