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시중은행 노사가 성과연봉제를 두고 진행 중인 산별중앙교섭(산별교섭)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날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산별교섭 초기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0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 등을 놓고 진행한 3차 산별교섭에서 인신공격성 막말에 도를 넘는 욕설까지 나왔다.
이날 회의에서 사측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박종복 SC제일은행장·손교덕 BNK경남은행장·오태균 KEB하나은행 HR본부장이 참석했다. 노조에서는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과 서성학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김병욱 경남은행 노조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노조 측이 먼저 이날 회의에서 하영구 회장의 회의 태도에 대해 문제삼았다.
이날 교섭에 참여한 노조 대표단 관계자는 "하 회장이 회의 내내 웃는 모습이 진지하지 못하게 보인다"며 하 회장을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하 회장이 태도를 고치지 않자 노사 대표 간 언성이 높아졌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가운데)이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차 산별중앙교섭회의에 참석해 금융노조 조합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어 하 회장도 "감정 표현은 개인의 자유"라며 "논지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노조 측은 더 나아가 "교섭장에 들어와서도 노조 대표단이 진지하게 말하는 내용에 대해 비웃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며 "하 회장이 우리(노조 측 대표단)를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이 같은 비난이 이어지자 하 회장을 비롯한 사측 인사들은 인신공격이라며 고성을 질렀고, 노조 측도 똑같이 맞받아쳤다.
이 밖에도 노조는 최근 하 회장의 한 언론사 인터뷰 발언도 문제삼았다. 하 회장은 인터뷰에서 "공기업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지만 민간 은행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언론에까지 말하는 것은 교섭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 상황이 10여분간 이어지면서 노조 측에서 먼저 "산별교섭 '결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막말은 김문호 위원장이 양측에 자제를 요구하면서 수그러들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도 노사는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했다.
사측은 지난 교섭때 노조 측에서 '전체 철회'를 주장했던 사측 안에 대해 '철회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사측의 철회 불가 내용은 ▲성과연봉제 도입 ▲임금동결 ▲성과연봉제 도입 ▲신규직원 초임조정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저성과자 관리 방안 도입 등이다.
사측은 이어 노조가 제기한 안건은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노조가 제시한 요구사항은 ▲성과연봉제 등 개인별 성과차등 임금제도 금지 ▲임금 4.4% 인상 ▲낙하산 인사 및 관치금융 근절안 ▲모성보호 처우 개선 ▲사회양극화(비정규직 등) 해소 등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과연봉제 등 노사의 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교섭 초기 노사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년과 달리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 등이 포함된 교섭요구안을 노조에 먼저 전달하면서 합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별교섭에서 노사 갈등이 없었던 적은 없다"면서도 "과거에는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사측이 수용할 수 있는 안건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사측이 먼저 요구안을 내면서 의견이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10차례 정도면 합의가 이뤄졌지만 올해는 그 이후에도 의견차를 좁히기 어려운 만큼 산별교섭 결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사는 오는 14일 관련 실무교섭을 진행하고 오는 16일 4차 산별교섭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오른쪽)이 2일 산별교섭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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