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 애널리스틱(SA)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420만대로 130만대에 그쳤던 지난해 1분기 대비 223% 급증했다. 연말 쇼핑시즌 효과로 810만대에 달했던 지난해 4분기보다는 못한 성적이지만,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를 대하는 전통 시계 명가들의 분위기는 어둡다. 그간 "시계가 아니다"며 무시해왔던 스마트워치에 판매량이 밀리며 제품 전략을 수정해야 할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태그호이어의 스마트워치 '태그 커넥티드'는 이 같은 고민 속에서 나왔다. 1500달러라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출시 한 달여 만에 오프라인 매장 물량 확보를 위해 온라인 판매를 중단할 만큼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다. 태그 커넥티드의 인기 근원은 무엇일까. 아직 국내에는 정식 출시되지 않은 태그 커넥티드를 직접 사용해 봤다.
태그호이어의 첫 번째 스마트워치 '태그 커넥티드'(왼쪽)와 충전 크래들. 사진/김진양 기자
명불허전. 태그 커넥티드를 처음 접한 뒤 터져 나온 탄성이다. 태그호이어 명성이 오차 없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시계 본연의 기능과 함게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돋보였다. 자부심은 그렇게 차별화로 이어졌다. 장 클로드 비버 태그호이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봄 열린 '바젤월드'에서 강조한 '시계처럼 보이는 스마트워치' 개발 철학을 구현하며,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거친 도전에 제대로 된 반격을 보였다.
기존의 스마트워치는 물론 일반 시계보다도 다소 큰 직경 46mm의 몸체가 다소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수평·수직 방향으로 교차 브러싱 처리된 티타늄 러그와 샌드블래스트 처리된 티타늄 베젤이 세련된 멋을 뿜어냈다. 티타늄 소재에 고무 소재 스트랩을 사용해, 눈으로 보기보다 무게(52g)도 가벼웠다.
충전 중인 태그 커넥티드의 옆 모습. 사진/김진양기자
태그호이어 로고가 새겨진 옆면의 버튼을 길게 누르자 전원이 켜지며 태그호이어, 인텔 인사이드,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로고가 차례로 화면에 표시됐다. 태그 커넥티드가 구글의 웨어러블 전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으로 인텔의 아톰 Z시리즈 프로세서가 탑재됐음을 의미한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태그 커넥티드는 안드로이드 4.3 이상, iOS 8.2 이상의 스마트폰이면 모두 블루투스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기자처럼 아이폰 이용자의 경우에도 안드로이드 웨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태그호이어 온라인 홈페이지 제품 등록, 안드로이드 웨어 앱 시리얼 넘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면 된다. 국내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음에도 한글을 지원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태그호이어, 브랜드가 곧 만족감
전통적 시계가 아닌, 스마트워치로서는 종전 제품들과 차별점을 둘 만한 부분은 적었다. 메시지나 전화 알림 외에 구글 음성 검색, 날씨와 뉴스 확인, 걸음 수 측정 등 대부분의 제품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전부다. 헬스케어 서비스의 기본인 심박수 체크나 야외 활동에 유용한 GPS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이용 가능한 4000여개의 앱도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스마트워치의 한계점으로 꼽히는 배터리 용량도 아쉬운 부분이다. 태그 커넥티드의 배터리 용량은 410mAh. 한 번 충전했을 때 최소 25시간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알림의 빈도가 많은 경우에는 반나절만에 배터리 잔량이 30% 아래로 뚝 떨어졌다. 잠자기 전 충전을 잊으면 이튿날에는 사용을 포기하거나 충전 크래들을 휴대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충전 중인 태그 커넥티드의 모습. 완전 충전 시 최소 25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김진양기자
이외에 시계를 보기 위한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것도 타 제품 대비 미진한 부분으로 꼽힌다. 손목을 살짝 꺾었을 때 화면이 켜지는 속도가 애플워치나 모토360에 비해 한 박자 늦었다. 1~2초에 불과했지만 답답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태그 커넥티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역시 디자인. 다이얼 페이스를 길게 터치해 쓰리핸즈, 크로노그래프 등 총 4가지 테마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테마별로도 배경색을 검정, 파랑, 흰색으로 설정할 수 있다. 하나의 본체로 여러 개의 태그호이어 시계를 번갈아 차는 듯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태그호이어 로고가 그려진 '앰배서더' 메뉴에서도 10여 종의 추가 테마를 고를 수 있다.
태그 커넥티드 착용 모습. 배경 테마와 색깔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사진/김진양기자
무엇보다 2년 동안의 보증 기간이 끝나고 1500달러(약 173만원)를 더 내면 기계식 시계 모델 '까레라'로 바꿔준다는 옵션도 소비자를 유혹하는 요인이다. IT 기기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이후에는 감가상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명품 시계로 전환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태그호이어의 명성을 익히 아는 소비자의 경우 스마트워치는 맛보기, 기계식이 진정한 소유의 가치일 수 있다.
때문에 태그호이어의 브랜드가치가 주는 품격에, 남들과는 다른 멋스러움, 여기에 약간의 스마트 기능까지 고려한다면 1500달러는 투자 가능한 금액일 수 있다. 반면 '손목 위의 비서'를 표방한다면 저렴한 모델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태그 커넥티드를 시계로 바라본 기자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점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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