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여압장치 고장과 출입문 개방 이륙 등 심각한 항공기 안전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공항 활주로에서 충돌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지난 3월 청주공항에서도 이륙을 하려던 항공기가 2대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사건이 벌어진바 있어 공항 관제와 항공기 조종사들의 안전 불감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하려던 싱가포르항공 여객기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행
대한항공(003490) 여객기가 이륙 직전 충돌을 가까스로 모면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싱가포르 여객기는 이날 오후 5시50분쯤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진입했다. 이륙을 위해 시속 100km에 정도의 속도까지 올리던 중 관제탑의 긴급 정지 지시로 급제동을 했다.
이륙 방향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가로지르려 했기 때문이다. 당시 두 여객기 사이의 거리는 1.7km에 불과했으며, 싱가포르 여객기는 급제동으로 타이어에 펑크가 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싱가포르와 대한항공 여객기에는 각각 186명, 188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다. 충돌 사고로 이어졌을 경우 대형 인명 피해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상황이었다.
사고 이후 대한항공 여객기는 피해가 없어 곧장 이륙했지만, 타이어에 펑크가 난 싱가포르 여객기는 정비 이후 19시간 뒤에서야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했다.
국토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인천공항에 안전감독관을 보내고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정확한 결과는 2~3주 뒤 나올 예정이다. 다만, 대한항공 여객기가 관제탑의 지시를 어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조종사의 실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조종사의 관제탑 지시 미이행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국토부 조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청주공항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중국 항공사의 잘못된 진입이 원인이었다. 또, 지난 4일에는 민간 승용차가 청주공항 활주로에 진입해 15분 가량이나 질주하다 타이어 펑크로 겨우 멈춰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항 활주로에서 비슷한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활주로 진입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백명을 태우고 빠른 속도로 이륙하는 곳이다보니 작은 실수가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인 규정 미준수에 따른 사고인 만큼 관제탑의 엄격한 제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항 활주로에서 여객기가 충돌할 뻔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공항 관제탑과 항공기 조종사에 대한 안전 불감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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